국가재정법 고쳐야 추경편성 가능
감세규모 크면 쓸 돈도 크게 줄어
감세규모 크면 쓸 돈도 크게 줄어
“세계잉여금, 내수진작 재원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발생한 세계잉여금을 내수 진작 재원으로 쓰는 게 좋겠다”고 밝혀, 규제완화 및 감세를 넘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까지 적극 검토중임을 내비쳤다. 아직 내수침체가 뚜렷한 상황은 아니지만, 일자리 창출이 미흡하자 정부가 공격적인 내수경기 부양책을 서둘러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내수 살리기라는 명분을 앞세워, 규제완화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거듭 강조했다. 금융·관광·의료 등 서비스 산업 육성을 촉진하기 위해, “5월 임시국회 열어서 현안 관련 신속한 규제에 관련된 것은 푸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이는 출자총액 제한제와 금산분리 완화, 법인세율 인하 등을 서둘러 마무리해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는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발생한 세계잉여금은 15조3천억원으로, 지방교부금에 5조4천억원, 국가채무 상환에 5조1천억원이 나가게 돼 있다. 나머지 4조8천억원은 감세에 따른 세수결손 보전 등에 쓸 수 있으나, 현행 국가재정법상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쓰기는 어렵다. 전쟁 또는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을 때만 쓸 수 있게 돼 있는 까닭에, 이를 추경 예산으로 쓰려면 이 법률부터 고쳐야 한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각종 감세안을 이미 내놓고 있는 것도 세계잉여금을 재원으로 한 추경 편성을 어렵게 한다. 감세규모가 크면 추경에 쓸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제한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세수 초과분과 올해 발생할 세수 초과분을 포함해 추경과 감세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사용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대통령의 말씀대로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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