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티타임 도중 이수빈 삼성생명회장(왼쪽)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재벌 총수 ‘4시간 회동’ 안팎
‘투자 보따리’ 풀며 규제완화 건의 쏟아내
“투자” “일자리” 외치며 경제살리기 목청
‘투자 보따리’ 풀며 규제완화 건의 쏟아내
“투자” “일자리” 외치며 경제살리기 목청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서 대기업 총수들은 올해의 투자 및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히며 각종 규제완화 건의를 쏟아냈다. 특히 그동안 투자계획을 미뤄왔던 삼성그룹이 자세한 내용을 처음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는 여러분의 애로를 덜어드리도록 철저한 도우미 역할을 하겠다”며 “불경기 때니까 기왕에 할 투자라면 좀 당겨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건 이명박 정부가 재계 대표들과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자리에 걸맞게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 오후 4시반에 시작한 회의는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됐으며, 이어 한 시간 반에 걸친 만찬까지 모두 네 시간에 걸쳐 회동이 이어졌다.
재계 대표들은 업계 전체는 물론 개별 기업의 애로사항들도 얘기를 했고,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하면서 경청했다고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다음 번에는 개별 기업 문제도 기탄 없이 얘기하라”며 일일이 애로사항을 해결해줄 뜻을 밝혔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삼성을 대표해 참석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경제살리에 애쓰고 있는 때 불미스런 일이 있어서 죄송스럽다”면서도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세계 경제가 불안하지만 과감한 투자와 고용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우리 사회에는 반기업 정서가 너무 강한데 정부에서도 이를 해소하는 데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총수들은 추가적인 규제완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을 요청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에프티에이를 조속히 타결해 주시기 바란다”며 “신기술 개발 투자에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서 새 일자리를 창출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엘지 회장은 “글로벌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다 보니 기술력 있는 협력업체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며 협력업체 육성과 연구개발·교육 등의 자금·세제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도 아직 제한받는 부분이 있다며, 증손회사 허용기준의 대폭 완화 등을 건의했다. 김준기 동부 회장은 “지식기반산업이나 벤처산업, 신성장동력 산업 이런 데는 투자 보험공사를 정부 주도로 설립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은 “아이티(IT 정보기술) 강국으로 알려졌는데 4~5년간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며 “정보통신 영역간 융합을 가로막는 규제장벽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자원개발과 관련해 “민간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정부의 외교 비즈니스 역량이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만찬에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건배사로 “투자!”를 외쳤고, 참석자들은 “일자리!”로 화답하는 등 시종 경제 살리기에 의기투합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단,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경제살리기를 논의한 자리로, 기업의 애로를 듣고 관련 부처 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애로점을 논의한 것만으로도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엿보게 하는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날 보고자료에서 27조8천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메모리 7조원, 비모리 1조원 등 반도체 분야에 8조원을, 디스플레이에 5조3천억원, 티브이 등 전자세트 및 부품에 1조2천억원, 조선 분야 1조원 등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은 “세계 전기·전자업계 3위 수준인 매출을 3년 안에 1위로 끌어올리고 세계 21위인 브랜드 가치도 5년 안에 10위권 수준으로 향상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희 황준범 기자 dora@hani.co.kr
한편, 삼성그룹은 이날 보고자료에서 27조8천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메모리 7조원, 비모리 1조원 등 반도체 분야에 8조원을, 디스플레이에 5조3천억원, 티브이 등 전자세트 및 부품에 1조2천억원, 조선 분야 1조원 등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은 “세계 전기·전자업계 3위 수준인 매출을 3년 안에 1위로 끌어올리고 세계 21위인 브랜드 가치도 5년 안에 10위권 수준으로 향상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희 황준범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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