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린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참가자들이 여러 요구를 써넣은 큰 풍선들을 머리 위로 들어 굴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명박 정부 ‘민주주의 역주행’ - 법치에서 ‘인치’로
총리실도 유명무실…졸속정책에 “소통부재” 늦은 반성
이명박 정부 출범 두달여만에 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조금씩 진전시켜온 ‘소통과 협의에 의한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 관계에선 ‘제왕적 총재’의 폐해가 부활하는 조짐이 드러난다. 당헌당규는 권력분산형 정당민주주의 정신을 토대로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했는데, 그 취지가 실종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는 경선이 사라졌으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낙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당선자 총회에서는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단독출마해 정견발표도 없이 1분만에 박수로 추대됐다. 7월 전당대회에서 뽑을 당 대표는 ‘박희태 대표론’으로 굳어진 분위기다. 당안에서는 “18대 국회에서 80년대 민정계 출신 대표가 말이 되냐”는 불만이 팽배하지만 ‘청와대 낙점론’을 되돌리기에는 힘이 부친다. 강재섭 대표는 대통령의 권위에 눌리는 까닭인지 주례회동에서 당내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이에 주성영 의원은 “한나라당이 박희태 대세론에 편승하거나, 청와대에 길들여진다면 그건 온전한 희망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이여, 부활하라”고 외치지만 울림은 적다.
헌법상 “행정각부를 통할”하도록 규정된 국무총리 기능도 유명무실해졌다. 청와대가 각 부처에 대한 통할권을 직접 행사하면서, 총리의 역할을 ‘자원외교’로 축소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임 정부에서 국무총리가 각 부처를 이끌면서 주한미군기지 이전 등 굵직한 갈등사안들을 직접 조정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과거에는 총리실 주관 차관급 회의, 국장급 회의 등을 통해 부처간 정책협의와 조정이 활발했는데, 이런 국정 프로세스가 사라지고 청와대 중심의 일방통행이 도드라졌다.
최근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한나라당이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며 ‘총리실 강화론’을 제기할 정도로 총리실 무력화는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총리실의 국무조정 기능을 축소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주도했던 박재완 정무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은 “다시 노무현 정부처럼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소통과 협의의 민주주의 부재’ 현상은 청와대와 시민사회, 정부 부처와 이해당사자들간 소통 단절에서도 확인된다.
쇠고기 관련 촛불집회에 ‘배후론’을 제기하던 청와대는 뒤늦게 “소통부재’를 반성했다. 하지만 청와대에는 우리 사회의 핵심 축으로 성장한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할 수 있는 인프라조차 부실하다. 현재 정무 2비서관실 소속 7명의 행정관이 야당과 시민사회를 담당하지만 야당과 조율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시민사회 담당인력은 한두명의 행정관에 불과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민정 2비서관실에서 시민단체를 담당하기엔 인맥이나 역량에 한계가 있다”면서 “시스템 개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전임 정부때는 아예 시민사회수석실을 둔 바 있다. 청와대가 ‘속도’를 강조하자, 각 부처들이 공청회나 간담회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나 여론수렴조차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0교시부활, 우열반 편성을 뼈대로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추진 계획이 대표적이다. 여론의 비판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핵심 인사는 “새 정부가 요구했던 것이라, 정책발표가 빠를 수록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외과)는 “민주화를 거치면서 우리의 정치문화나 시대정신은 권력분산과 이해당사자와의 협의를 당연시하는 수준으로 진전됐고, 국민은 그것을 당연시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 이런 시대정신이나 정치 발전 수준에 미치지 못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쇠고기 관련 촛불집회에 ‘배후론’을 제기하던 청와대는 뒤늦게 “소통부재’를 반성했다. 하지만 청와대에는 우리 사회의 핵심 축으로 성장한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할 수 있는 인프라조차 부실하다. 현재 정무 2비서관실 소속 7명의 행정관이 야당과 시민사회를 담당하지만 야당과 조율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시민사회 담당인력은 한두명의 행정관에 불과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민정 2비서관실에서 시민단체를 담당하기엔 인맥이나 역량에 한계가 있다”면서 “시스템 개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전임 정부때는 아예 시민사회수석실을 둔 바 있다. 청와대가 ‘속도’를 강조하자, 각 부처들이 공청회나 간담회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나 여론수렴조차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0교시부활, 우열반 편성을 뼈대로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추진 계획이 대표적이다. 여론의 비판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핵심 인사는 “새 정부가 요구했던 것이라, 정책발표가 빠를 수록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외과)는 “민주화를 거치면서 우리의 정치문화나 시대정신은 권력분산과 이해당사자와의 협의를 당연시하는 수준으로 진전됐고, 국민은 그것을 당연시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 이런 시대정신이나 정치 발전 수준에 미치지 못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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