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큰폭개각 시사
정진석 추기경 등과 오찬
정진석 추기경 등과 오찬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그간) 인선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청와대 수석 및 내각 개편의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진석 추기경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이렇게 밝히고 “국회가 빨리 열려야 민생 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 있고 개각을 하더라도 청문 절차 등이 열릴 수 있다”며 18대 국회의 조기 개원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인선에 대해 자신의 과오를 시인한 것과 ‘개각’이라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월29일 장관 후보들에 대한 인사 파문에 대해 “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 적은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쇠고기 파문’과 관련해서도 “국민 정서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국민이 마음을 연 뒤에야 무슨 말을 해도 납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 등 쇠고기 협의 실무팀에 대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는 어떤 경우에도 수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국민이 바라는 대로 되게 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추기경은 “국민 여론에 좀더 귀를 기울여 달라”고 이 대통령에게 주문한 뒤, 국회 개원 지연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활동하는 게 본연의 임무이며 국회가 그 분들의 정위치”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총리설’에 대해 “아직 거기까지 가진 않았으나, 유효하다”며 “(성사) 여부를 떠나 좋은 정국 수습 방안의 하나로 나온 것이며, 택할 것이냐 마느냐는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