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과 간담회 ‘완전 비공개’ 진행 논란
청와대가 9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의 오찬 간담회를 이례적으로 ‘완전 비공개’로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 면담은 첫 부분을 청와대 공동취재(풀) 기자단에 공개한 뒤, 비공개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날 청와대는 애초 공동 취재기자 3명에게 모두발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행사 2시간 전에 갑자기 이를 취소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 대통령이 정 추기경과 조용히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완전 비공개’ 결정은 지난 7일 이 대통령이 기독교 원로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그때(노무현 정부에서)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지”라고 말해 ‘설거지론’ 논란이 일어난 것 때문으로 보인다. 비공개 대화는 대변인실이 민감한 부분을 걸러내지만,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공동 취재기자들이 있는 자리여서 그대로 보도됐다. 그러면서 정국 수습을 위해 마련된 종교계 원로와의 대화가 오히려 파문을 키운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정 추기경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또 나올 경우에는 민심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청와대의 판단에 따라 ‘완전 비공개’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미묘한 정국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언행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되고, 그 파장도 엄청난데, 대화 내용을 과도하게 해석해 매우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