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고대 ‘차 떼고’ 스타일 ‘포 떼니’…
새 인물을 충원해야 하는 청와대가 후임 대통령실장 선임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인적 쇄신을 준비중인 청와대는 ‘청와대 수석’-‘내각’ 순의 개편 작업을 준비중인데, 먼저 대통령실장부터 정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현재 류우익 실장의 사퇴를 전제로,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박세일 서울대 교수(서울-서울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충남-단국대 출신), 맹형규 전 한나라당 의원(서울-연세대),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충북-고려대) 등 4명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인적 쇄신 기준으로 거론했다는 ‘비영남, 비고려대’를 대입하면, 윤진식 전 장관을 제외하곤 모두 이 기준을 통과한다.
각 후보들은 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는 박세일 교수는 이른바 ‘박세일 사단’이란 이름이 나올 정도로, 보수 이데올로그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표 시절 한나라당이 주창한 ‘공동체 자유주의’의 창시자이면서,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론적 신념이 강해 실무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과 부딪칠 가능성이 높고, ‘그림자’ 역할에 얼마나 적합할지도 관건이다. 또 류 실장처럼 서울대 교수 출신이라는 것도 부담 요소다.
윤여준 전 장관은 전형적인 참모 스타일로,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청와대 공보수석, 장관, 국회의원(16대) 등을 두루 거쳐 국정 전반에 대한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정무적 감각도 탁월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강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자신보다 나이(1살)가 많은 그를 껄끄러워 하고, 대통령과의 인연도 약하다는 게 변수다. 맹형규 전 의원은 당 중진들이 추천하고 있다. 3선 의원으로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켜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 거부감이 없는 데다 야당과의 소통도 가능하다는 게 맹 전 의원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서울시장 경선에도 출마한 맹 전 의원이 개인적인 정치적 야심이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맹 전 의원에 대해선 신설될 정무특보 기용 가능성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윤진식 전 장관은 최근 개인적 사유를 들며 고사해 후보군에서 한 걸음 비켜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현재 거론되는 대통령실장 후보군들의 장단점이 워낙 분명해, 이들 외에 ‘의외의 인물’이 등용될 가능성도 청와대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권태호 이유주현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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