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보복’ WTO 체제에선 불가
국민건강은 ‘협상 대상’ 될수없어
국민건강은 ‘협상 대상’ 될수없어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개방했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이는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쇠고기 문제는 별개 사안’이라던 정부의 일ㅈ관된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회복은 더 늦출 수 없었다”고 밝혀,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이유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위생검역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승환 경희대 교수(국제법)는 “국민 건강과 생명은 결코 통상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쇠고기 문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연계시킨 것 자체가 미국의 협상전략에 말려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한-미 쇠고기 재협상 ‘불가론’을 주장하면서 펼친 논거가 잘못된 통상 인식에 근거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2000년에 중국산 마늘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산 마늘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여론무마용으로 긴급특별관세를 부과했고, 그러자 중국은 한국 휴대폰 수입을 중단시켰다”며 재협상을 할 경우 통상마찰 등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국제규범과 어긋나는 일방적 무역보복을 취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당시 한국이 취한 긴급수입제한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 규범과 한국 국내법에 따른 적법한 조처였다”며 “이에 대한 무역보복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지금은 더 이상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이 대통령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기 이전의 사건을 원용한 것은 다자주의 국제통상규범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원 서울시립대 교수(국제법)는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양해각서 23조에 의해 분쟁해결기구의 승인하에서만 무역보복이 가능하고, 이 경우에도 침해된 이익에 상응하는 보복 조처만 할 수 있다”며 “한-미 쇠고기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에도 미국이 통상법 301조로 일방적 무역보복을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쇠고기 재협상을 국제 신뢰와 연결시키는 시각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대원 교수는 “국제사회와 신뢰문제는 통상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쇠고기 협상은 공중위생과 관련한 비상업적 가치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환 교수는 “대국민 신뢰회복은 물론 한-미 우호관계 회복을 위해서도 미국을 잘 설득해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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