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왼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자료의 봉하마을 유출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청와대 “원본유출”…노 전대통령 “모략”
‘메인서버 하드디스크 어디있나’ 진실게임
‘메인서버 하드디스크 어디있나’ 진실게임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7일 참여정부 시절 생산된 청와대 기밀 자료의 봉하마을 유출 여부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자료유출 문제는 지난 두 달 동안 보수 언론이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쪽도 청와대에 대한 직접 공격은 삼가왔다. 하지만 이번엔 양쪽 모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진검 승부’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봉하마을로 옮겼다는 이날치 <중앙일보> 보도 내용과 관련해 “무엇보다 기록물이 사본이 아닌 원본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상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이어 “노 전 대통령 쪽이 재임 때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시킨 것은 실정법상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그런 점에서 양해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정면 대응 방침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 쪽도 공식 대응에 나섰다. 노 대통령 쪽은 이날 오후 노 대통령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에서 “청와대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를 가져온 일이 없다. 봉하마을에 있는 것은 사본”이라며 “익명의 관계자를 내세운 흠집내기식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청와대 쪽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 쪽은 이어 “앞으로는 대화를 하면서 뒤로는 이런 엉터리 보도가 나오게 만드는 저의가 뭔지 묻고 싶다”며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자료 유출 공방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가 촛불 정국을 탈출하고자 의도적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싸움을 걸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메인 서버 및 원본 유출 보도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의 공방이 진실게임으로 비화하자, 관심은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가져갔느냐” 여부로 모아진다.
현재 청와대에 있는 하드디스크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주요 자료는 삭제됐다는 데 양쪽이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쪽은 “이명박 정부에 넘겨주기 적절하지 않은 자료여서 국가기록원에 데이터를 넘겨주면서 삭제했고, 복사본은 봉하마을로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현 청와대로서는 남아 있는 하드디스크가 공 디스크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자 노 전 대통령 쪽이 원본 하드디스크를 가져갔다고 ‘오해’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추론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 쪽은 “지난 3개월 동안 자료 유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온 만큼 그런 초보적인 오해를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고 있어,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청와대의 노 전 대통령 공격과는 달리, 한나라당은 지난해 대선 경선·본선 과정 때 노 전 대통령 집권 말기의 청와대를 향해 공격을 가했던 일에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은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본선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를 향해 쏟아냈던 각종 논평이나 공격으로 본의 아니게 법적·정치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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