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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2003년 8·15부터 ‘건국절’ 행사

등록 2008-08-13 20:27

“대한민국, 이승만이 건국하고 박정희가 발전” 논리 완성
‘건국’이라는 말은 원래 무색무취한 개념이었다. 좌우 구분없이 두루 쓰였다. 대다수 역사학자들은 1948년 8월15일을 설명하면서 ‘정부수립’이라는 표현을 주로 쓰고, ‘건국’이라는 단어도 병행해 사용했다.

1919년 4월13일, 민주주의·공화주의 등을 국가이념으로 선포하고 입법·사법·행정의 3부 기관을 갖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다. 국가정체성을 기준으로 할 때, 대한민국은 1919년에 세워졌다. 국민·주권·영토를 기준으로 삼게 되면 대한민국의 실체는 1948년 8월15일에 형성된다. 이 두 사건을 일관된 흐름에서 이해하는 것이 역사학계의 보편적 인식이다. 다만 임시정부의 법적·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1948년 8월15일을 ‘정부수립’이라 한정하여 부르는 일이 더 많다.

이념적 중립 지대에 있던 ‘건국’이라는 개념은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에 의해 이데올로기의 장으로 끌려 나왔다.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보기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는 분단극복과 친일청산을 위해 ‘건국의 주역’을 매도하는 ‘자학사관’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극복하겠다며 등장한 건국절 담론은 ‘국부 이승만-반공주의 대한민국’의 짝을 이뤄 전개됐다. 우선, 건국의 공로를 이승만에게 집중시켰다. 동시에 이승만과 초기 집권 세력에서 독재와 친일의 요소를 제거한 뒤, 공산주의자들에 맞선 친미 노선만 부각시켰다.

원래 이승만은 군사 정권 시절에도 두드러진 역사적 조명을 받지 못했다. 군사 정권의 효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승만 정부 시절의 무능·부패 극복에 5·16 쿠데타의 정당성을 뒀다. 30여년 동안 잊혀졌던 이승만에게서 ‘친미 반공노선의 국부’를 발굴해낸 것은 <조선일보>다. 1995년 1월부터 한 해 동안 이승만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1994년 이승만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진 것도 이런 기획의 배경이 됐다.

이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이승만 복권’이 꾸준히 진행됐고,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뉴라이트 운동이 이를 확대했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이도형 지음·한국논단·2001년), <이승만, 박정희를 추억한다>(월간조선 편집부·월간조선·2004년), <이승만 대통령 재평가>(유영익 지음·연세대출판부·2006년) <우남 이승만, 대한민국을 세우다>(이한우 지음·해냄·2008년)등이 발간됐다. 보수 언론 및 보수 논객을 주축으로 2000년대 이후 집중적인 출판이 이뤄지고 있다.

2003년 8월15일부터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을 기리는 보수 단체들의 행사가 시작됐다.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은 이승만의 반공주의에 박정희의 산업화 성취를 덧붙여 ‘이승만이 건국하고 박정희가 발전시킨 대한민국’이라는 논리 틀을 완성했다. 뉴라이트 계열 모임인 ‘교과서포럼’은 <한국현대사의 허구와 진실>(두레시대·2005년), <대안교과서-한국 근현대사>(기파랑·2008년) 등에 그 내용을 담았다. 역사 교과서 개편으로 ‘이승만의 건국’ 담론을 더 확대시키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 목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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