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도성장 시대 확신” 강조…물가불안 심리 자극 우려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성장주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3일 울산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해 “세계적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고도성장하는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현 경제위기를 다 함께 극복하자는 다짐의 성격이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도 “울산이라는 곳이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상징 같은 곳이어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기업들에 투자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성장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건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런 ‘고도성장’ 발언은 물가 불안이 우려되는 현 경제상황에는 적절한 발언으로 보기 힘들다. 경기부양 기대감을 높여 물가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고, 특히 최근 비상이 걸린 금융시장 안정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는 수출확대가 최우선이었고,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의 환율 상승을 정부가 부추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인 2일에도 강남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현 경제상황과 맞지 않는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 정부 공식 입장과 뉘앙스가 다른 대통령의 발언은 정책 혼선으로 비쳐 정책에 대한 신뢰감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또 “정부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환경을 만들 것이며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도 그런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가 선진 일류국가로 가는 기본”이라며 ‘법질서 확립’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에는 울산 용연동 에스케이 제3고도화시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많은 사람들이 위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며 위기 극복을 거듭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또 ‘녹색성장’을 위기 극복의 한 방법으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온 세계가 ‘녹색성장’이란 새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데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오히려 에너지 위기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그 주인공은 기업”이라며 녹색성장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에스케이에너지 명예회장인 조순 전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