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추이
시대착오…‘성장 제일’ 70~80년대 시각
의욕과잉…겉으론 ‘시장’…실제론 ‘관치’
경험역풍…생필품값 등 디테일만 강조
의욕과잉…겉으론 ‘시장’…실제론 ‘관치’
경험역풍…생필품값 등 디테일만 강조
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간판은 ‘경제’였다. 그런데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취임 6개월 만에 이 대통령의 경제리더십 평가(‘취임 6개월간 경제를 잘 이끌었다고 보는가’ 물음에 공감 응답이 18.9%)는 국정운영 지지율(23.5%)보다 더 낮아졌다.
이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과 관련해선 ‘구시대 스타일’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 대통령은 1970~80년대에 현대건설을 경영했고, 92년 초 경제계를 떠났다. 그때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9.2%(91년)였다. 이 대통령이 ‘고도성장’, ‘건설경기 활성화’ 등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런 경험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성장’보다 ‘안전’이 더 중요해졌다. 여기에서 불협화음이 인다. 청와대 참모들이 거의 공식적으로 “도심 재개발·재건축 당분간 없다”고 밝힌 다음날,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지시하고 나섰다. 정부 부처는 7% 성장 공약을 사실상 접었는데, 대통령이 “고도성장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엠비노믹스’는 감세,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 활성화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엠비노믹스는 레이거노믹스를 본뜬 것인데, 당시 미국과 지금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며 “70년대 미국은 사회보장, 소득분배 시스템이 최고 수준이었던 데 반해 현재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있는데, 감세·규제완화는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겉으론 ‘시장’을 강조하면서, 실제론 ‘관치’를 강화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대기업 투자 압박, 물가관리 행정력 동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루머 단속 등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길(세계경제)은 울퉁불퉁하고, 자동차(국내경제)도 성능이 안 좋은데, 운전자(대통령)가 마음이 급해 가속기만 세게 밟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이 대통령의 최고경영자(CEO) 경험도 효력을 잘 발휘하는 건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당선인 시절부터 전봇대 뽑기 등 ‘디테일’을 과시한 바 있는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한때 라면값 100원 오른 것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고, 요즘에는 과자값 오른 것을 자주 언급한다. 디테일 강조는 기업 단위에선 부하 직원들의 허를 찔러 조직 장악력을 강화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쓰도록 하는 순기능을 하지만, 국가 단위에선 감당이 안 된다.
전문가들은 ‘경제 리더십’ 회복을 위해 우선 “경제는 내가 잘 안다”는 막연한 자신감부터 내려놓을 것을 권한다. 박정희 대통령도 78년 고도성장의 한계가 드러날 무렵에는 “이젠 경제 문제에 자신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경제 문제에서 대통령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중용하라는 주문도 많다. 현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대통령과 생각이 너무 같아 경제위기 때 제어가 안 된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제전문가를 등용하고, 대통령은 한 걸음 떨어져 큰 방향만 제시하는 게 낫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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