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분 회담 표정
청와대 “더이상 좋을 수 없다”… 민주당 “의미있는 합의 이뤄”
25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회동 결과에 대해 양쪽은 “투 굿 투 비 트루(too good to be true)다. 참으로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정 대표가 할말을 다 했고,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뤘다”(최재성 민주당 대변인)며 커다란 만족감을 나타냈다.
회담은 줄곧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구체적인 현안까지 논의하는 ‘실무회담’에 가까웠다는 게 양쪽의 설명이다. 1시간55분 동안 두 사람만의 독대로 이뤄진 이날 회담에서 정 대표가 주로 현안과 정책에 대해 말했고, 이 대통령은 듣는 쪽이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얘기할 내용들에 대해 에이4(A4) 용지 5장을 준비해서 회담장에 들어갔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정 대표가 나올 때 마치 입시공부하고 시험 치고 나오는 표정 같았다”고 비유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예정 시간을 훨씬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어 제가 중간에 한번 들어갔는데, 여전히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계시더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경제 살리기와 남북 관계에 초당적 협력 등 굵직한 합의 말고도, 대학등록금, 실업계 고교, 농어민·상공인 지원 대책 등 구체적인 정책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특히 민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표현한 것에 대해 이 대변인은 “제가 아는 범위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국정 동반자 선언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대변인도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충분한 예우를 했고, 국정 동반자로서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회담 시작 전 인사를 나눌 때는 농담과 덕담이 오갔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오후 광주 방문을 앞둔 정 대표에게 “정책 제안을 들어보시면 저희도 정책적으로 잘 조정해서 하겠다”고 말하자, 정 대표는 “광주에 가서 ‘대통령께서 다 밀어주시겠다고 약속했다’고 하겠다”며 웃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정 대표가) 기업에도 있었고 장관도 하셨고 하니 합리적으로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아주 감사하다. 초장부터 너무 큰 선물을 주셔서 …”라며 거듭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기업과 정치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런 분이 당 대표가 돼서 축하하고, 정부가 국정을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회담이 원만하게 이뤄진 배경에 대해 “두 분이 학연(고려대 동문)이 있고 모두 기업가 출신인데다 15대 국회에서 같이 일했으며, 무엇보다 두 분의 기본적 관심이 정치보다는 실용이기 때문 아닌가 싶다”며 “정 대표가 다양한 경험과 훌륭한 인품을 갖추셨다”고 치켜세웠다.
황준범 송호진 기자 jaybee@hani.co.kr
황준범 송호진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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