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브라질 정상회담에서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브라질리아/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우파 실용주의자’와 ‘좌파 실용주의자’가 만났다.
이명박 대통령과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브라질리아에서 손을 맞잡았다. 지난 7월 도야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지난 14~15일 워싱턴 주요·신흥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모두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광업분야 협력 양해각서 등의 서명식 때는 귓속말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두 사람은 최고경영자(CEO)와 노조위원장이라는 상반된 경력처럼 정치적으론 보수와 진보라는 정반대 위치에 있지만, 모두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추진력’이 무기라는 점이 비슷하다. 룰라 대통령은 1989년 노동자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당시만 해도, 은행 국유화, 외채 동결, 토지개혁 등 강력한 좌파 정책을 표방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뒤에는 시장개방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은 공화당 사람 같다”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 ‘인간승리’ 신화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같다. 어릴 적, 이 대통령은 술지게미로 배를 채울 정도로, 룰라 대통령은 씹던 껌을 구걸할 정도로 가난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행보는 차이가 커보인다. 룰라 대통령은 정권 출범 때, 반대파 진영 의원을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했다. 외교분야에선 미국과는 에탄올 외교로 우호를 다지고, 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 에보 모랄레스(볼리비아), 라파엘 코레아(에콰도르) 대통령 등 ‘남미 좌파 3인방’을 잇달아 만나는 등 실용주의자답게 좌우를 넘나든다. 반면 이 대통령은 ‘중도 실용’을 표방하다, 취임 이후 보수 성향이 강해진 편이다.
현 지지율에서도 룰라 대통령은 경제성과로 80%대로 3선 출마 요구까지 받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 여파 이후 20%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리아/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