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도입때 “정치사안 안다뤄”
약속 깨고 ‘여권 강경파 논리’ 설파
약속 깨고 ‘여권 강경파 논리’ 설파
청와대가 지난해 10월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도입할 때의 취지는 “대통령이 국정과 관련된 얘기들을 허심탄회하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국회 상황과 관련해 정치적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면서 야당을 강도높게 비판함에 따라, 이런 취지는 무색하게 됐다.
라디오 연설 도입 직전,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브리핑에서 ‘일방적 논리를 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치적 사안을 다루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의제는 연설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기획관은 또 “대통령과 국민이 하나되는 모습을 가져가고, 국민들의 국정 이해 폭을 넓히는 것”을 라디오 연설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로 12일을 제외한 지난 다섯 번의 라디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정치적 사안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경제위기, 중소기업, 청년 일자리 등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주로 이야기했고, 그 형식도 자신의 어려웠던 성장과정이나 어머니 이야기 등 감성적 접근이 많았다.
그러나 12일 연설에선 정치 현안을 다뤘다. 그것도 정부·여당 법안에 대한 반론이나 날치기 시도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폭력 사태 비판 등 여권에서도 강경파의 논리를 집중적으로 설파했다. 이에 따라 공공의 자산인 방송전파를 당파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야당의 반론 방송이 실종된 상태여서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회 상황을 중차대한 현안이라 보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러나 설날(1월26일)로 예정된 다음 라디오 연설 때에는 이전처럼 가족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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