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청장 주내 경질 검토
“진상규명 결과와 별도로 책임질 부분은 져야 한다”
“진상규명 결과와 별도로 책임질 부분은 져야 한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자진사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김 청장 사퇴 유도를 통한 조기수습론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1일 공식적으로는 ‘진상규명이 먼저 필요하다’며 야권 등이 제기하는 문책론과 거리를 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정확히 밝혀져야 책임 소재도 밝혀질 수 있다”며 “사태를 마무리지으려면, 당연히 진상이 정확히 밝혀져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청장의 명백한 잘못이 드러나기 이전에 섣불리 대응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거듭 내세운 것이다.
청와대가 ‘원칙론’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김 청장을 조기 경질할 경우 ‘법과 원칙’을 내세워 힘 있는 국정운영을 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2년차 구상’이 꼬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만일 김 청장을 물러나게 하면, 이젠 아무도 위험부담을 져가며 치안업무를 수행할 사람이 없어지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장에서 공권력이 무너질 우려도 있다”며 “임명권자가 사안이 생길 때마다 당사자를 물러나게 한다면 앞으로 사람을 어떻게 쓰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와이에스(YS)라면, 여론에 따라 곧바로 책임자를 문책한다. 그러나 엠비(MB)는 그런 정치적 행동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며 “김 청장의 구체적인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쉽게 결단을 못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 대두된 조기수습론과 여러 상황적 요인들로 미뤄볼 때, 김 청장의 거취는 며칠 안에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청장의 자진사퇴설에 대해 “자진사퇴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전철련과 경찰, 둘 다 책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급적 설 전에 진상규명을 끝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이미 거론된 것만으로도 책임론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런 견해들은 이번 사태가 대규모 ‘촛불집회’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등 휘발성이 매우 강해 서둘러 여론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청와대 안에서는 상황 반전 없이 이런 상태를 계속 이어가면, 설날 민심 악화는 물론 다음달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게다가 개각으로 한나라당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데, 사실상 김 청장 경질을 요구하는 여당의 의견도 마냥 뿌리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물론 김 청장의 경질만으로 민심이 수습될지는 이들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소한 김 청장이라도 경질하지 않으면 불똥이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를 비롯해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 안에서는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을 두고 결과론적으로 김 청장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제진입 전) 청와대에 사전보고도 없었다”며 “국무회의에서 민정수석이 대통령께 중간에 보고하니, ‘그걸 왜 이제 보고하느냐’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참사로 말미암아 지난 19일 개각에 이어 곧바로 발표할 예정이었던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세청장 인선도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에서 애초 ‘정치인 없음’을 밝혔으나, 행안부 장관에 정치인이 기용될 가능성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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