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내정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26일 서울 혜화경찰서 창신지구대를 방문해 근무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진상조사 마무리된뒤 결정”…민심가라앉길 기대하기도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거취 결정이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설연휴 직후 가부간 결론이 내려질 듯하던 예상과 달리, 공식 입장인 ‘선 진상규명론’이 더욱 강해지는 기류 탓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진상조사가 마무리된 뒤, 김 청장의 거취문제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점에 대해선 대통령의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대통령이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겠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된다’고 말했다”며 “이를 실현하려면 진상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말하는 ‘진상규명’이란,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를 뜻한다. 청와대의 이런 결정은 어차피 민심악화의 계기인 설 연휴를 넘겼으니,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검찰수사가 내달 6일께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어쨌든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수사가 그리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진상조사 완료 이전에 정무적 판단에 의지해 김 내정자를 교체할 경우, 경찰 조직의 사기는 물론이고 국정 2년차 정책기조의 핵심인 ‘법질서 확립’이 출발도 하기 전에 흔들린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얼마간의 냉각기를 거치면서 여론이 정부에 다소 우호적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섞여있는 듯하다. 청와대는 일단 용산 참사에 대한 설 민심이 우려만큼 악화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고무적인 표정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설령 여론이 이렇다 하더라도, 이는 경제위기 탓에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덜해진 데 따른 것으로, 이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김 청장의 사법적 책임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여전히 많다. 촛불집회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우, 사퇴압력에도 불구하고 유임시킨 바 있지만,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6명이나 숨졌기에 청와대 안에서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긴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사퇴하더라도 최대한 모양새를 갖춘다는 것이 청와대 방침으로 보인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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