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타밈 카타르 왕세자를 접견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와중에 북한의 핵실험 소식까지 전해지자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09.5.29
이 대통령, 긴 침묵 끝 선택은…
지지율 회복 못하면 국정동력 상실 초조
방미뒤 7월 정·청 개편…교체수위 막판 고심
지지율 회복 못하면 국정동력 상실 초조
방미뒤 7월 정·청 개편…교체수위 막판 고심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국민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사과나 담화 등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는 여권 내부의 주문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국면전환용 쇄신은 없다”거나 “폭력을 앞세운 이념과 집단이기주의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며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최근 정국의 흐름에 대해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으로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한 채 10월 재보선이 치러지고 이마저 패배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초조감도 보인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대책 마련에 이미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11일 “6·10 대회는 비교적 무난히 넘어갔지만 민심 타개책을 내놓지 못하면 국민 마음속에 쌓이는 앙금을 걷어내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알고 있더라”며 “수석들을 비롯한 참모진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민심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국정기조 변화보다는 내각 등에 대한 인사 개편으로 자연스럽게 국정운영 방식의 전환을 꾀한다는 태도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정기조의 변경이라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부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를 고치는 것은 몰라도 국정기조 변경까지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15~18일) 뒤인 이달 말께부터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하는 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에 오르진 않았다”면서도 “아직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유동적이지만, 국세청장이나 검찰총장 등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는 수요가 생긴 만큼 개각보다 앞당겨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각의 변수가 될 박근혜 전 대표 쪽과의 관계개선 문제도 숙제이긴 하지만, 7월 초·중순께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승수 국무총리 교체와 함께 현역의원의 입각 가능성도 전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북핵과 경제위기론으로 우회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전날 6·10 항쟁 기념사에서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북한의 군사위협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단결을 호소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민주당이 요구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국정조사, 국회 내 검찰개혁특위 설치 등에 관해선 선을 그었다. 한 청와대 핵심 참모는 “왜 지금 특검과 국정조사를 꺼내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특검을 지금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치공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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