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2010년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대통령 새해연설] 남북관계 과제 어떻게
북-미 관계 협상국면인데 ‘선 비핵화’ 고수
평화체제에 대한 비전 없이 현안만 제시
북-미 관계 협상국면인데 ‘선 비핵화’ 고수
평화체제에 대한 비전 없이 현안만 제시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신년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해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했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내용과 방법론은 여전히 빈약하다는 평가다.
우선, 올해는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지만,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선 이에 어울리는 남북관계에 대한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북-미 관계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지난해 12월 방북 이후 협상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북한 쪽과 일본 민주당도 지난해 11월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일 관계도 꿈틀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좌표는 여전히 ‘선 비핵화’에 고정돼 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본격적인 남북 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핵화에 진전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협력이 가능하다는 그동안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특히, 남북의 정치·군사 지형을 크게 흔들 수도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관련 당사국 간에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평화협정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복안이나 비전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북정책 관련 내용은 실망”이라며 “한반도 문제에 있어 당사자 지위를 확보하고,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남북 간 상시적인 대화 기구’ 설치 제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현안 중심의 미시적 차원의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직접 밝혔듯이, ‘상시적 대화 기구’는 2008년 4월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제안했던 ‘서울과 평양의 상설 고위급 연락사무소’를 염두에 둔 것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대화가 제대로 안 된 것은 연락사무소 같은 대화 틀의 문제라기보다는 양쪽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콘텐츠를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북쪽과 미리 협의한 것 같지도 않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얘기된 것도 없고, 진도가 나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상설 대화 기구 설치의 바탕 정신이 되는 상대 체제에 대한 인정이나 내정 불간섭, 이를 담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도 북쪽에 진정성을 전달하기에는 미진해 보인다.
따라서 북쪽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다. ‘연락사무소’ 형태는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은 나라들이 외교관계 수립 전 단계에서 상시적 대화 채널의 방안으로 설치하지만, 아직 개방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수용이 쉽지 않은 제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쪽의 대남 강경 기조에 맞선 정치 공세의 일환으로 연락사무소를 제안했던 2년 전과 달리 한반도 정세의 현재 흐름에 비춰 보면 흡인력이 다소 커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북쪽도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고히 밝히고 있어, 절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연락사무소만 놓고 보면 명칭이나 성격은 다소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인 권혁철 황준범 기자 yyi@hani.co.kr
이대통령이 밝힌 올해 국정방향
이용인 권혁철 황준범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