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관련해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총리실 조사반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4일 오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정부중앙청사 창성동별관 출입문이 닫혀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총리실 불법사찰’ 검찰서 규명해야할 의혹은
기획→실행→보고과정 ‘비선’ 개입 여부 촉각
청, 언제 알았나·어떤 조치 했나도 도마위에
집권후반기 대형악재 판단…불똥 차단나서
기획→실행→보고과정 ‘비선’ 개입 여부 촉각
청, 언제 알았나·어떤 조치 했나도 도마위에
집권후반기 대형악재 판단…불똥 차단나서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이인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라”고 지시하고 나선 것은, 이 대통령이 이 사건을 매우 무겁게 인식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실제 이 대통령은 북중미 순방 기간 중에도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매일 두 차례씩 전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번 일이 ‘권력 핵심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번져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신속하게 공개한 것은, 청와대를 향한 의혹이 커지는 것을 서둘러 차단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총리실이 이르면 5일 이 공직윤리지원관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게 되면, 이후 검찰 수사에선 불법사찰의 배후 여부와 사찰 기획과 실행, 보고 과정에서 ‘비선’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이 분명히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검찰 수사가 이 지원관과 공직윤리지원관실 일부 직원의 불법사찰 혐의에 대한 단순 사실확인에 그칠 경우 의혹 해소는커녕 더 큰 국민적 불신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비선’ 직보했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권력 실세’가 직접 인원 선발 및 조직 구성에 관여했다는 말이 무성했다. 야당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경북 영덕 출신으로 포항고를 나온 이 지원관이 총리실장 등 총리실 공식 라인을 제치고 같은 포항 출신인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직보를 올린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원관실 전체 직원 40명 중 포항 특정고 출신이 17명에 이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포항이 지역구인 이상득 의원의 측근으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낸 박영준 국무차장과의 관련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언제 알게 되었고, 이후 어떤 조처를 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는 지난 2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이아무개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와 “공직자 윤리 담당자를 조사해서 징계조처에 필요하면 쓰려고 한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김씨 사찰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물었다고 밝힌 바 있다.
■ 사찰 배후 있나 일부에선 민간인 불법사찰이 ‘촛불집회’ 뒤 ‘친노 진영’ 등 비판 세력에 대한 대대적 공안몰이의 일환으로 ‘권력 실세’ 차원에서 기획한 사건이 아니냐는 의혹을 꺼내들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촛불집회’ 직후인 2008년 7월께 조직이 신설됐다. 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찰 피해자인 은행 용역회사 전 대표 김종익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며 동작경찰서에 이첩한 자료에는 ‘첩보 입수 후 내사 시작’이라고만 돼 있다. 민간인인 김씨에 대한 첩보를 자체 입수한 것인지, 다른 기관에서 넘겨받은 것인지 등이 규명돼야 어떤 배경에서 공직자 감찰기관이 불법을 무릅쓰고 민간인 사찰에 나선 것인지를 분명히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작서 수사팀이 지난해 2월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가 당시 서장의 지시로 수사관까지 교체해 재수사를 벌여 김씨를 검찰에 송치한 과정에 외압은 없었는지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할 문제다.
■ 총리실은 책임 없나 불법사찰이 저질러질 당시 이 지원관의 직속 상관이던 조중표 전 총리실장 등 총리실 공식 라인의 관리책임은 없는지도 분명히 짚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권태신 현 총리실장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되기 직전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총리실이 한동안 ‘이 지원관이 병원에 입원중이어서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한 경위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실 해명과 달리 이 지원관은 24일 퇴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봐주기’ 의혹이 증폭된 바 있다.
손원제 황준범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