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 삼성그룹의 갑절 연보수 10억·2만7천명 인사권
협력업체 납품권 좌지우지… 자리 놓고 실세간 파워게임 치열
협력업체 납품권 좌지우지… 자리 놓고 실세간 파워게임 치열
올해 상반기 국내 금융권의 최대 관심은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 인선이었다. 지난달 장관급인 어윤대 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과 현직 공기업 사장인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사이에 회장직을 놓고 팽팽한 ‘파워게임’이 펼쳐졌다. 두 사람 다 대통령 측근의 지원을 받는 인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회사에 실세들 간 파워게임이 벌어진 것은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이 어떤 자리인지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케이비금융의 3월 말 현재 자산 규모는 325조6000억원으로,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를 앞선다. 어윤대 회장 내정자가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덩치로만 따지면 이미 삼성그룹(192조8000억원) 자산총액의 갑절에 가깝다.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임직원 2만7000여명의 인사권을 행사하며, 올해부터는 국민은행장 등 자회사 대표를 추천할 수 있는 인사권까지 쥐게 된다. 또 전산·인력 등 수많은 협력업체의 납품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제왕적’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 금융권의 최대 ‘돈줄’을 쥐고 있으니 재계·정치권에 끼치는 영향력도 무시 못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주회사 회장이 납품업체와의 계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귀띔했다.
3년 임기의 케이비금융 회장이 갖는 사회적 위상은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수장이라는 개인적 영예를 훨씬 뛰어넘는다. 최근 이 자리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올해 하반기 최대 현안인 금융권 구도 재편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 등 금융권 재편 과정에서 케이비금융의 구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임 케이비금융 회장이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권 판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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