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증언 나와…“민정수석실 지인한테 들어”
고용비서관실 ‘사찰 업무 지휘’ 가능성 뒷받침
고용비서관실 ‘사찰 업무 지휘’ 가능성 뒷받침
남의 명의를 이용해 사용하는 전화, 이른바 ‘대포폰’을 민정수석실 등 청와대 감찰 담당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증거인멸 과정에서 ‘청와대 대포폰’이 이용된 경위를 청와대나 검찰이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이 지원관실의 사찰 업무를 상시적으로 지휘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변호사 ㄱ씨는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는 지인이 “대포폰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화기 3대를 갖고 다니던 이 청와대 근무자는 “업무의 특성상 국가정보원·경찰·기무사 등의 감청을 피하기 위해서 대포폰을 사용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ㄱ 변호사는 “민정수석실 직원들끼리 업무상 중요한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고하는 것도 보았다”고 전했다. 보안이 필요한, 은밀한 감찰 업무에 대포폰이 이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차명으로 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명의를 도용하지 않는 한 불법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대포폰의 출처는 감찰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고용노사비서관실이다. 이영호 전 비서관이 이끌던 고용노사비서관실이 ‘증거인멸 행위’ 이전부터 지원관실에 대포폰을 지급하고 감찰 업무를 관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포폰 5대가 발견됐지만 청와대가 다시 수거해 갔다”는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주장도 이런 추론과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로 고용노사비서관실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의 감찰 업무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노동부의 서기관급 간부인 ㅇ씨를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청와대로 불러 창문도 없는 ‘먹방’에서 조사했다는 사실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무소불위’ 행태를 보여주는 사례다. 고용노사비서관실은 게다가 직제상 업무 연관성이 있는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제치고 지원관실의 업무를 지휘했다. 이런 월권행위로 고용노사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영호 전 비서관 등 포항 출신 특정 인맥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은 청와대 내부에서는 공지의 사실”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아무도 말을 못하고 있다가 권재진 민정수석이 새로 오면서 문제제기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에 불거진 ‘청와대 대포폰’은 고용노사비서관실과 지원관실이 비선으로 명령을 주고받는 수직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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