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44) 청와대 제1부속실장
어제까지 사표수리 안돼
“MB 연루됐나” 관측도
“MB 연루됐나” 관측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희중(44)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저축은행 쪽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와 검찰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이번 의혹에 이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탓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15일 이번 사안에 대해 극히 말을 아꼈다. 대통령의 일정과 문서 수발을 담당하는 제1부속실장이 뒷돈 의혹에 연루된 사안의 폭발성을 알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을 지난 15년 동안 최측근으로 보좌해 왔고, 청와대에서도 정권 초부터 줄곧 ‘문고리 권력’을 쥐고 있었다. 김 실장이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당일 곧바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청와대에 사표를 낸 점으로 미뤄 저축은행 사건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청와대가 안에서부터 썩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오전까지만 해도 휴가중에 있던 김 실장을 불러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나, 오후엔 “김 실장이 사표를 냈다”며 부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아무런 조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진상 조사를 벌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할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없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런 비리 연루 의혹이 나올 때마다 비록 형식적일 수 있지만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뭐라고 말을 하는 순간 검찰에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된다”며 “지금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청와대는 그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지난주 ‘일신상의 이유’로 휴가를 떠났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대통령 근무 중에 따로 휴가를 간다는 사실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전 실장은 여름휴가를 대통령 가족과 동행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이 휴가를 낸 시점을 전후해 청와대 내부에서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뭔가 ‘말 못할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청와대가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했다가 사표를 이유로 이를 취소한 것도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김 실장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하지 않고 그를 불러 사실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소명을 듣고 이에 걸맞은 조처를 취하는 게 상식적인 일처리 순서다. 더구나 청와대는 15일까지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불러서 조사할 수 있었다. 김 전 실장이 청와대 내부 가장 깊숙한 곳에서 일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개인 비리인지, 다른 연루자는 없는지 등을 청와대도 스스로 따져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의 사표는 대통령이 직접 전자결재를 해야 하는데 16일 처리될 예정”이라며 “그동안에는 사실상 민간인 신분이라 조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건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김 실장이 갑자기 사표를 내는 바람에 우리도 어안이 벙벙하다”며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검찰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를 두고 김 실장에 대한 수사가 낳을 파장을 고려해 검찰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거나 뭔가 알면서도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안창현 김태규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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