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천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마무리한 청와대와 내각 첫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문 관료들의 대거 발탁이다. 박 대통령이 17일까지 임명한 국무총리 및 장차관 35명 가운데, 관료 출신은 74%(26명)에 이른다. 여의도 정치를 배제하면서 일하는 정부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41명)에서 관료 출신이 27명으로 65.8%를 차지했던 것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정무적인 기능이 강해, 대통령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정치인 출신이 다수 포진하는 청와대 비서진까지 포함하면 관료 출신의 비율은 55%(49명)로 떨어지지만, 역시 이명박 정부 때보단 10%포인트나 많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관료 선호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장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관료들은 오랫동안 한 부처에 몸담으며 일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 일을 잘해낼 적임자로 본다는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고시 출신 관료를 주축으로 고도성장을 주도한 박 전 대통령 시절의 경험이 있는 박 대통령은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하는 국가 조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수첩 인선’으로 상징되는 박 대통령의 협소한 인재풀 탓에 관료 조직에 과도하게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직할체제를 굳건히 하려고 ‘말 잘 듣는’ 관료들을 대거 기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정철학 공유를 위한 장차관(급) 워크숍’에 참석해 “공무원 모두가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 모두가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장차관들이) 각 부처를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차관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자신이 표방한 ‘국정철학’에 군말 없이 따르라는 지시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임기가 5년에 불과한 대통령이 지나치게 관료들에게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임기 초반엔 이들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료집단의 이해와 관성’을 앞세우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개혁을 화두로 내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결국은 관료 조직에 휘둘리며 부동산 정책, 재벌개혁 등에서 실패한 전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관료 다음으로 많은 비율(15.7%)을 차지하는 이들은 학자(14명)다. 이들 가운데 10명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청와대와 내각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 ‘써 본 사람은 반드시 또 쓴다’는 사적 인연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허태열 비서실장,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치권 출신이 13명(14.6%)으로 그 뒤를 잇는다. 이들은 대체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지 않는 ‘심기관리형 참모’로 분류된다. 군인 출신이 6명으로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많다. 언론인 출신은 4명으로 홍보수석과 대변인, 홍보기획비서관 등 모두 청와대에 자리를 잡았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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