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무명용사탑에 꽃을 바치기 위해 마이클 리닝턴 워싱턴관구사령관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윤창중 전 대변인의 모습이 보인다. 워싱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성추행 의혹’ 도망자 윤창중 사건의 재구성
지원요원 여대생 성추행 알려져
대통령 미국방문 도중 혼자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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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의 첫번째 해외순방 도중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장본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인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다. 그는 대통령 순방 도중 해임된 첫번째 청와대 대변인이 됐고, 미국 경찰의 조사를 피해 한국으로 도망치듯 몰래 귀국했다. 윤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전말을 미국 경찰 사건신고서 등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 일정은 8일 아침 8시(현지시각)부터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방미수행 경제인들과의 조찬모임을 끝으로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그는 커다란 돔이 인상적인 미국 의사당을 그냥 지나쳐야 했다. 오전 10시30분부터 박 대통령이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 연설을 하기로 한 곳이다. 한국에서도 8일 밤 11시30분(한국시각)부터 전국에 생중계된다. 방미 동행 여부를 두고 윤 대변인과 입씨름을 벌였던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한국에서 연설방송을 지켜볼 것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인 윤 대변인은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워싱턴디시(DC) 시내에서 43㎞, 택시로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덜레스 국제공항이지만, 오후 1시35분(현지시각)에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박 대통령에게는 귀국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변인이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향하거나 이미 도착했을 즈음, 박 대통령은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34분간 연설을 했다. 모두 39차례나 박수를 이끌어낸 성공적인 연설이었다. 기립박수도 6차례나 나왔다.
택시에서 내리는 윤 대변인의 손에는 작은 가방 하나만이 들려 있었다. 나머지 짐들은 대통령 수행단과 취재기자들이 함께 묵었던 워싱턴디시 페어팩스 호텔 자신의 방에 그대로 두고 나와야 했다. 공항 발권창구로 직행한 윤 대변인은 신용카드로 400여만원을 치르고 대한항공 KE094편 비즈니스석 티켓을 구입했다.
윤 대변인은 한국시각으로 9일 오후 4시5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은 이미 워싱턴디시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했을 시간이었다. 4시간 전에는 동포간담회까지 마쳤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윤 대변인은 이튿날 저녁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해 서울공항에 내렸어야 했다.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내리는 박 대통령의 뒤를 따르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물건너갔다.
서울로 돌아온 윤 대변인에게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 방미 수행 중 미국 시민권자인 21살짜리 행사 지원요원을 성추행했는지를 조사받았다. 그는 “그 여대생과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성추행은 없었다. 호텔방에서 알몸을 보인 것은 지원요원이 방에 들어올 때 막 샤워를 하고 나왔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9일 오전 9시(현지시각)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중인 이남기 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이러한 사실을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경질하세요”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방미 기자단 숙소인 로스앤젤레스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서 브리핑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대변인을 경질하기로 했다. 사유는 윤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경위는 주미 대사관을 통해 파악중이며,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투명하게 밝히도록 하겠다.”
김남일 기자, 로스앤젤레스/석진환 기자 namfic@hani.co.kr
윤창중 대변인이 행사지원 여성 요원과 술을 마시고 성추행을 시도한 미국 워싱턴의 더블유(W) 워싱턴 호텔. 더블유 워싱턴 호텔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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