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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님의 주변엔 왜 이렇게도 찌질이들이 많은지…

등록 2013-05-13 10:14수정 2013-05-14 10:40

윤창중 대변인이 5일 오후 미국 순방을 위해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는 모습 .강창광 기자
윤창중 대변인이 5일 오후 미국 순방을 위해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는 모습 .강창광 기자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⑥
‘비열하고 비루하고 찌질한… ’

대통령은 정상외교 중인데, 대변인은 성추행 하고, 비서들은 도피 주도하고…, 도대체 할 말이 없습니다. 그것도 임기 막 시작한 첫 여성 대통령의 첫 외국 순방에서 터진 일이니, 님의 비극이기에 앞서 정부 수립 이래 최악의 참사가 될 것입니다. 정신을 못 차렸는지, 비서들은 뜬금없이 대통령에게 사과를 했지요. 변을 당한 건 국민이고 대한민국인데도 말입니다. 님은 사과받을 처지가 아니라, 사과해야 할 대표자입니다. 게다가 돌아와선 진실 공방에 거짓말 경쟁을 일삼고, 다시 사과하고, 덮어씌우고….

떠오르는 말이란 비열, 비루, 찌질함, 세 낱말 뿐입니다. 일국의 통수권자의 ‘입’이란 자가 딸 뻘 되는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했으니 비열한 일일 테고요, 그의 줄행랑을 계획하고 주도한 비서진과 그는 살아남기 위해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으니 비루하고, 심지어 사과하는 것조차 눈치보고 번복을 하니 총체적으로 찌질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로 주변이 가득하니, 참으로 불행합니다. 님이야 인사권자이니 할 말이 없겠지만, 국민은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윤창중씨로 말미암은 횡액이 액땜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재앙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눈앞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윤씨 사건은 현지에서 원칙대로 엄격하게 처리했다면 참담한 국격 훼손 사건이 되었겠지만, 한 차례의 봉변과 참사로 끝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저 찌질한 이들은 이 한 건으로 두 번 세 번 국민과 국가를 욕보였습니다. 신생국 독재자 정부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성추행을 저지른 대변인은 미국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줄행랑 치고, 청와대 비서진은 그의 야반도주를 지시하고 지원했으며, 귀국한 대변인은 어디 비빌 언덕이라도 있는지 “나는 당당하다”고 큰소리 쳤습니다. 청와대 쪽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윤씨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려 압박했고, 그러자 윤씨는 청와대의 도피 지시와 지원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거짓말이 들통난 청와대는 이번엔 윤씨가 처음 진술했다는 성추행의 디테일을 흘리면서 그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갔습니다. 도대체 최고 권부라는 청와대에서 이게 무슨 난장판입니까.

그 사이 윤씨는 성추행범답게, 세계 여성을 경악하게 하는 발언도 했지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나요? 그러면 한국에선 그 정도 성추행이 용납되는 문화라는 건데, 졸지에 우리 국민의 성도덕은 원숭이 집단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행사가 바뀔 때마다 한복을 갈아입으며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데 열심이었던 님의 노력은 얄팍한 상술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님은 어디에 계신지 그림자도 안 비춥니다. 하긴 심지어 여당까지도 그렇게 말렸는데 당신의 입으로 눈 하나 깜짝 않고 당신의 입으로 삼아버렸으니, 나설 입장도 아닐 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님 이외에는 달리 상황을 정리할 사람이 없습니다. 속히 저 찌질이님들의 추태를 한시 바삐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쟁점이 복잡한 것도 아닙니다. 성추행의 자초지종을 밝히는 것이 하나고, 윤씨의 도피를 지시하고 지원한 과정을 소상히 드러내는 게 다른 하나입니다. 성추행의 자초지종은 윤씨가 국내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밝히기 힘듭니다. 피해자가 우리 사법당국에 고소하면 우리가 수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한국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누가 믿겠습니까. 이런 사안에 대해선 윤씨건 청와대건 누구나 진실을 미궁에 빠뜨리고 싶어할 겁니다. 그걸 믿고 윤씨도 “나는 떳떳하다”고 큰소리를 친 거겠죠. 성추행의 진상은 윤씨를 미국의 수사당국에 보내 조사받게 하면 됩니다.

줄행랑을 지원했다는 것에 대해선 이미 드러났습니다. 민정수석이란 사람은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으니 자진 귀국이지 도피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스스로 찌질이임을 자처한 셈이죠. 문제가 없다면 그곳에 남아 조사를 받도록 할 일이지, 비행기 비지니스석까지 예약해주며 당일로 귀국하도록 채근한 건 이유가 뭡니까. 이제 주미대사관 직원에게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항공권을 예매하도록 한 것인지 청와대가 밝혀야 합니다. 청와대 주인은 대통령이니, 주저하다가는 님까지도 혐의 선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이른바 우익 혹은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의 한심한 짓은 님을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수렁인 줄도 모르고, 그들은 이번 사건을 종북 세력의 음모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종북주의자들이 박근혜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성을 도구로 삼았다는 주장이죠.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부천서 성고문 사건’이 생각납니다. 그때 사건을 은폐하려는 과정에서 안기부, 검찰, 경찰 등 관계기관 대책회의는, 친북 좌경 운동권이 성을 혁명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정부의 공식 의견을 밝혔었지요. 성고문 자체보다도, 이를 이렇게 은폐하고 뒤집어씌우는 행태는 5공 정권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님의 주변엔 왜 이렇게도 찌질이들이 많은지…. 게다가 그들은 비열하고 또 비루합니다. 아무래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윤창중 성추행’과 박근혜 독선 인사 [한겨레캐스트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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