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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차별 논의 한번없이…‘시간제 일자리 확대’ 설득력 잃어

등록 2013-05-28 20:05수정 2013-05-28 22:49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세종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세종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대통령 ‘좋은 시간제’ 발언 파장

차별없는 급여로 고용 활성화한
1980년대 ‘네덜란드 모델’ 구상
조원동 수석 “70% 고용 지키려면
시간제 확대 일자리 나누기 필수”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절반’
전문가 “내용 안보고 제도만 봐”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언급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기 내 ‘고용률 70%’라는 목표 달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자칫 근무 여건이나 고용 보장 수준이 열악한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다음주께 내놓을 ‘일자리 로드맵’의 핵심 내용도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네덜란드 모델’이다. 1980년대 초 고용률 50% 수준에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18.5%였던 네덜란드는 1982년 노동시간 단축과 시간제 노동자 보호 규범인 ‘바세나르협약’을 만들었다. 이후 여성을 중심으로 한 고용시장 활성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시간제 일자리 도입을 언급하며 ‘여성 노동자 고용 확대’ 등을 강조한 것도 이런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시하는 근거는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두번째로 길다는 점과,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를 보면, 2009년 우리나라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9.9%로 프랑스(13.2%), 독일(21.9%), 일본(20.3%), 네덜란드(36.7%)에 비해 낮은 게 사실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날 “(우리는) 한 사람당 일하는 시간이 2100시간인데, 70% 이상의 고용률을 취하고 있는 나라에선 다 1800시간이다. 시간제 근로자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도 일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것을 낮추면서 고용률이 크게 늘어났다. 바로 그런 게 우리 경제에도 일어났으면 좋겠다”며 “시간제 확대는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도의 ‘운영’은 살피지 않고 ‘제도’ 자체에만 주목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네덜란드처럼 시간제 일자리를 정착시킨 나라들은 고용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높은 급여와 사회복지 기반 등 반대급부가 있었던 반면, 국내에선 시간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등에 대한 논의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9년 오이시디가 발표한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간당 3.9달러에 불과해 캐나다(9.76달러), 오스트레일리아(15.75달러)에 견주어 크게 낮다.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맥도널드 햄버거 ‘빅맥’을 몇 개나 먹을 수 있는지를 측정한 ‘빅맥 지수’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같은 해 한국의 노동자는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1.3개의 빅맥을 사먹을 수 있었다. 호주(3.5개), 일본(2.5개), 영국(2.6개)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2001년 정규직의 80% 수준이던 시간제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2011년 정규직 대비 51%로 크게 낮아졌다.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전체 시간제 노동자의 30%나 되는 반면, 노조 조직률은 0.3%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나쁜 일자리’인 것이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의 오건호 연구실장은 “선진국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의 단위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보다 높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자고 하기 전에 선진국의 노동 환경과 운영방식을 더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와 함께 비정규직을 줄이는 노력이 선행된 이후에야 제한적으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만들기를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시간제 일자리’ 발언만 부각되다 보니 정부의 다른 보완 노력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혔듯이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이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및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 유도, 비정규직 근로자 사회보험 지원 확대 등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도 “노사정 대타협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활동이 멈춰버린 노사정위를 통한 폭넓은 의견수렴 가능성을 내비쳤다.

석진환 이정국 송호진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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