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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대화록 공개하면 어떤 나라가 정상회담 할까”

등록 2013-06-21 19:44수정 2013-06-22 10:00

<b>비서실장 “신문 보고 알았다”</b>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직원과 귀엣말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은 박종준 경호차장.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비서실장 “신문 보고 알았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직원과 귀엣말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은 박종준 경호차장.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국정원장, 박대통령 수시 독대
‘비밀문서 공개’ 보고 누락 의문
“외국 정상이 진솔한 대화하겠나”
여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기관의 정치개입 행위가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고 있지만, 청와대는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정치관여 사건은 ‘지난 정권의 일’이라며 침묵하던 청와대는 21일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전면 공개 방침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무책임한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들의 ‘대화록’ 무단 열람·공개와 관련해 “국정원에서 문제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공개한 것으로 안다. 해당 기관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게 청와대가 허락할 일인가? 해당 기관에서 검토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은 해당 기관에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기관에서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이라는 1급 기밀을 외교적 상식에 반해 공개·유출했는데도 ‘그쪽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고 한 것이다. 허태열 비서실장도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대화록 공개 사실을) 아침에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청와대의 개입 여부를 부인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소속 의원, 당직자들이 21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국정원 국기문란사건 국정조사 즉각 실시 촉구대회에서 새누리당에 합의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소속 의원, 당직자들이 21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국정원 국기문란사건 국정조사 즉각 실시 촉구대회에서 새누리당에 합의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주장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수시로 청와대에 들어와 박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상회담 대화록처럼 대통령과 관련된 중요한 비밀문서를 공개하면서, 더구나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6월 국회가 파행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사안에 대해 남 원장 혼자 판단을 내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청와대에서 ‘이렇게 여야가 논쟁을 벌일 바에야 차라리 모든 것을 공개하고 빨리 털고 가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던 만큼, 내부 조율을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의 정치 공방과 별개로, 청와대와 국정원이 ‘대화록 공개’를 밀어붙이는 것은 당장 박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회담한 내용이 퇴임 뒤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공개된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외국 정상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정상회담 같은 중요 기록을 정해진 기간을 어기고 필요에 따라 공개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어떤 정부도 기록을 충실히 남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초보적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기록물 보존은 국가의 외교적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인데도, 청와대가 그런 위험조차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코앞에 닥친 한-중 정상회담 때 북핵을 포함한 여러 민감한 사안을 논의해야 할 마당에 중국 쪽에서 이번 대화록 공개를 알게 되면 시진핑 주석과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할 것인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는 심지어 이번 대화록 공개와 노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을 최근의 ‘원전비리’에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떤 사안을) 공개해 고소·고발 등 파장이 온다는 것을 따졌으면, 정부는 원전비리 조사(결과)를 공개해 원전까지 중지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파장이 있지만 일단 국민에게 알려놓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지, 정부가 하는 일은 파장을 따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 발언을 ‘범죄나 비리’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발언으로도 읽힌다. 국가 정상이 주고받은 대화록을 원자력 안전 문제처럼 시급하게 국민에게 알려 협조를 구해야 할 사안에 비교한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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