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원전 안전 산업부 중심으로”…국제규정 거슬러
박근혜 대통령이 원전 비리에 대한 ‘발본색원’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원전 안전에 대한 국제 규범과는 동떨어진 해법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전 업계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체계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현재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원전 공기업에 대한 규제 권한이 거의 없다. 원전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규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보완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를 중심으로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경영 효율을 담당하는 기재부, 비리를 찾아내는 감사원 등이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국무총리는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주문은 원전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규정을 거스르는 것이다. 산업부는 원전 운영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전력기술 등 원자력과 관련된 공기업들을 관리하는 원전 진흥 부서다. 원자력기구 규정의 취지는 원전 ‘진흥’에 치우치면 ‘규제’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규제기관인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로 신설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 때 원안위를 행정부 산하 기관으로 두려 했고, 국회는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여야 합의에 따라 총리실 직속으로 최종 변경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진흥 기관’인 산업부를 중심으로, 심지어 총리실 산하 독립기구인 원안위를 포함하는 또 다른 위원회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원안위를 구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원전 안전’에 대한 의지는 있을지 모르나 원전 비리와 사고 발생의 근본 원인을 잘못 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원전의 운영과 규제가 분리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원전 선진국들도 대부분 운영과 규제를 엄격히 분리한다. 사고를 막기 위해선 원안위의 독립성을 더 강화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운영기관인 산업부의 감독기능 강화를 주문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석진환 이승준 기자 soulfa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막나가는 홍준표 “국정조사 동행명령 거부해도 유죄 안 나더라”
■ 월 소득 300만원 직장인 국민연금 7만5천원 추가로 낸다
■ 문재인 “박 대통령, 대선서 국정원 덕 봤다”
■ 승객들의 긴박했던 탈출 순간…동영상 공개
■ [화보] 아시아나 항공기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현장
■ 막나가는 홍준표 “국정조사 동행명령 거부해도 유죄 안 나더라”
■ 월 소득 300만원 직장인 국민연금 7만5천원 추가로 낸다
■ 문재인 “박 대통령, 대선서 국정원 덕 봤다”
■ 승객들의 긴박했던 탈출 순간…동영상 공개
■ [화보] 아시아나 항공기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현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