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대통령실

박정희 비판에 분노한 듯…‘국정원 정치개입’ 책임론 희석 효과

등록 2013-07-12 21:21수정 2013-07-13 10:03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홍익표 민주당 원내 대변인의 ‘귀태’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홍익표 민주당 원내 대변인의 ‘귀태’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귀태’ 발언에 격앙 왜
‘박대통령 복심’ 이정현 내세워
“대변인 발언, 당론인지 밝혀라”

‘4대강 감사’ 친이 반발 눅이고
대선불복성 발언 차단 ‘다목적’

정국주도권 겨냥 일사불란 공세
국회운영 민주당 협조 어려워져

주요 현안에 침묵하거나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둬왔던 청와대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연이틀 강도를 높여가며 직접 야당을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홍보수석이 두 차례 모두 직접 공격수로 등판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는 홍 대변인의 발언 당일 “대선 결과에 승복하는 것도 소양이자 자질”(이정현 홍보수석),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들에 대한 모욕”(김행 대변인) 정도로 대응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 수석의 12일 기자회견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는 회견에서 “민주당의 대변인이 한 발언이 민주당 당론인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대통령께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당 전체를 겨냥했다. ‘야당에 직접 날을 세우겠다’는 정무적 판단이 드러나 보인다.

초선 의원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청와대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나선 데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와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고강도’ 대응을 통해 국정원의 ‘대화록’ 무단 공개에 따른 ‘정치 개입’ 논란과 이에 따른 ‘청와대 책임론’을 희석하는 효과를 거뒀다. 국가정보원이 ‘노 대통령 발언은 엔엘엘 포기가 확실하다’며 또다른 정치 개입을 시도하면서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청와대가 홍 대변인의 ‘실책’을 확실히 낚아채면서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측면도 있다.

또 강경 대응 기조에 맞춰 여당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정국 주도권이 청와대에 있음도 확인했다. 잇따른 실책과 실언, 어수선한 대응으로 허점을 보인 민주당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한 새누리당 내 친이계의 불만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

청와대는 민주당의 대선 불복성 발언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정현 수석은 “최근 국민이 치른 대선을 부정하는 발언들이 민주당의 공식 행사에서 실명으로 연이어 나왔다. 원내대변인이 준비된 자료를 통해 한 표현은 단순히 막말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따른 대선 정당성 시비에 대해 이참에 확실히 선을 긋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이유 말고도, 청와대 안팎에선 ‘홍 대변인의 발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분노가 결정적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수석이 오전 9시도 되기 전에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도 이례적이다. ‘말조심을 해야 신뢰가 쌓인다’며 북한의 거친 표현을 대놓고 비판한 데서 드러나듯, 박 대통령 자신이 홍 대변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수 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비난한 것이어서 분노가 더 컸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면 대응으로 청와대가 직접 야당을 상대한 ‘선례’를 남긴 만큼, 지금껏 유지해왔던 청와대의 ‘야당과 거리 두기’ 전략은 유효성을 갖기 어렵게 됐다. 향후 국회 운영에서 야당의 협조를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국정원의 대화록 무단 공개 등 노골적인 정치 개입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청와대가 필요하고 유리할 때만 나서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귀태’ 발언 파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 전격 사퇴
홍익표 ‘귀태’ 발언 출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는 어떤 책?
‘현대차, 미국서 더 비싸다’ 기사 쓴 <한겨레> 이정애 기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아니면, 남재준 원장의 거사?
[화보] 요즘 날씨 왜 이래? 중부 폭우, 남부 폭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