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정부가 마련한 세법개정안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직후 현오석 경제부총리(오른쪽)가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해 여당 지도부에게 관련 보고를 하기에 앞서 황우여 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세법개정안 원점 재검토” 지시 왜?
“유리지갑 털기” 비판 커지고
여당서도 비협조·반발 ‘곤혹’
당·정·청 의사소통 문제에다
김기춘 실장 체제도 ‘큰 상처’
하반기 국정운영 차질 불가피
“유리지갑 털기” 비판 커지고
여당서도 비협조·반발 ‘곤혹’
당·정·청 의사소통 문제에다
김기춘 실장 체제도 ‘큰 상처’
하반기 국정운영 차질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른바 ‘중산층 증세 논란’의 조기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나흘 만에,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증세가 아니다’라며 원안 고수 방침을 밝힌 지 사흘 만이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정부와 청와대가 내놓은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안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이번 개편안의 ‘타깃’이 된 중산층을 중심으로 애초 예상보다 반발 여론이 클 뿐 아니라, 쉽게 진화될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마침 휴가를 보낸 직장인들이 복귀하면서 반발 강도는 오히려 더 거세지는 상황이었다.
야당뿐 아니라 ‘사실상 증세’에 대한 여당의 비협조와 반발도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는 연말까지 논란이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반기 국정 드라이브에 나섰던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리더십도 되돌리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듯하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을 통해 정무·홍보 기능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부와 청와대 사이, 또 청와대 내부의 의사소통 기능의 난맥상도 고스란히 노출했다. 당정청 협의를 통해 마련한 개편안에 대해 내부의 어느 누구도 ‘역풍’을 예상하지 못한데다, 발표 이후에도 대처가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조원동 수석은 정부 개편안 발표 다음날 “이 정도는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으냐”, “마치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깃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 게 이번 세법개정안의 정신”이라는 등 봉급생활자들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도 개편안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재부나 청와대 어느 곳에서도 개편안의 세부 내용과 취지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확실한 ‘증세 방안’이 없으면 봉급생활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기본적인 정무적 판단도 없었던 게 결정적인 패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중산층 강화’라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배치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내용이 어떻게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발표될 수 있었는지 황당하다는 뒤늦은 탄식도 나온다.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를 갖추자마자 큰 ‘상처’를 입은 청와대가 향후 국면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 기조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기업·부자 증세에 여전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산층과 봉급생활자에 대한 세부담을 지금 수준으로도 관철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위한 재원 마련은 영영 힘들 수 있다. 정부와 청와대 비서진의 실수와 무능으로 불거진 사안마다 마치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는 듯한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보이는 박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로 꼽힌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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