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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박 ‘증세 없는 복지’ 고집…앞뒤 안맞는 지침이 ‘혼란의 핵’

등록 2013-08-13 19:42수정 2013-08-13 22:45

현오석 경제부총리(왼쪽 셋째)가 13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해 여당 지도부에게 세법개정안 보완 과제를 보고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현오석 경제부총리(왼쪽 셋째)가 13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해 여당 지도부에게 세법개정안 보완 과제를 보고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세금 논란 진원지는 박 대통령

현오석 “세법개정 방향은 옳다”
‘정무적 판단 부족’ 섭섭함 담겨
공무원들 “꽉 막힌 선택지” 불만

청와대 가이드라인 철회뜻 없고
‘지하경제 양성화’ 대안도 표류
결국 복지공약 후퇴 징후 짙어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하는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정무적 판단이 부족해 이렇게 됐다”며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도 현 부총리는 “정부 세법개정안의 방향은 맞다. 나름 생각한 최선의 안”이라는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증세와 복지확대를 주장하는 학자와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 개정안의 방향은 맞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아놓고도 여론의 호된 비판에 직면하게 된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의 ‘무증세 복지’ 가이드라인을 지목하고 있다. ‘증세는 절대로 안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후퇴는 없다’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이드라인을 모두 지키려다 보니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뻔했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 기재부 출신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를 질책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정책기조와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안을 짜서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 부총리 스스로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다’고 사과한 것도, 결국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는 섭섭함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을 외부에 알리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고민 부족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도 개정안 발표 뒤 브리핑에서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대선 때 약속했던 것과) 달라진 거 하나 없고 조금 더 구체화해서 안을 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조 수석은 “증세는 없다고 약속을 했고,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가 비과세 감면 축소”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탓에 기재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선택지를 앞뒤로 꽉 막아놓고, 우리한테 뭘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가 여전히 ‘증세 없는 복지’라는 모순된 가이드라인을 철회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조원동 수석은 “경제성장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목적이고, 이런 테두리 내에서 과다하게 세율을 인상하고 명시적인 증세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증세는 의지를 갖고 국민을 설득해도 쉽지 않은 문제인데,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한정된 재원의 문제가 결국 박 대통령이 약속한 복지공약의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거론한 또 다른 방법이 이른바 ‘지하경제 양성화’인데, 이 역시 국세청이 전국적으로 강도높은 과세 압박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 외에 뚜렷한 방법론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할 통로로 보기도 어렵다.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이 후퇴할 조짐은 벌써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를 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 공약은 지난달 대상자를 전체 노인에서 ‘하위소득 노인 70~80%’ 선으로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대선 때 뜨거운 쟁점이었던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은 빠졌다. 반값 등록금을 위한 장학금 재원도 비상이 걸린 상태고, 월 130만원 미만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를 100% 지원하겠다던 약속을 50%로 줄인 것도 공약 후퇴 논란을 낳고 있다. 정부는 세수 부족분 해결을 위해 지방 토목(SOC)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여야 정당과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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