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회장단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모임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30대 그룹 상반기 투자고용 실적 및 하반기 계획발표를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양호 한진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 박 대통령, 이건희 삼성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김기춘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10대 그륩 총수들과 오찬 회동에서
“경제에 찬물 끼얹는 입법 많아” 지적도
“경제에 찬물 끼얹는 입법 많아” 지적도
“오늘 오신 회장님들께서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투자가치가 있다 하면 용기 있게 투자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경제발전을 이끄는 것도 결국은 기업이고, 저는 기업인 여러분이 국정의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규제를 위한 규제는 하지 않겠습니다. 정부가 이끌어가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 한 말들이다. 점심을 함께하며 1시간30분 정도 쏟아낸 발언들은 ‘화끈한 구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수준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최근 기업들의 ‘표적’이 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독소조항을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수정을 약속하는 등 적극 호응했다. 간담회에서 대한상의 회장인 박용만 두산 회장은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이 너무 많아) 개별 기업이 자기가 어디에 해당되는지 모를 정도”라고 하자, 박 대통령도 “너무 많은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 모든 입법이 본의 아니게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이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상공회의소에서 혼자 다 하긴 어려울 것이고 뭔가 같이 힘을 모아서 그동안 쏟아진 입법에 독소조항은 없는지 그런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총수들과 대화 중간 중간 ‘기업 안심’, ‘장애물 제거’, ‘애로사항 해결’ 등의 표현을 여러 차례 써가며 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위해 법·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그동안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해서 국가의 자존심과 경쟁력을 높여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거나, “성과를 보려면 앞장서 투자하고 세계시장을 보면서 애쓰고 계신 기업인 여러분의 현장 애로를 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등 대기업의 역할과 위상을 치켜세우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대기업을 향한 박 대통령의 적극적 구애는 당선자 시절인 6개월 전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내걸고 당선된 박 대통령은 그 직후인 지난해 12월26일 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도 좀 변화해주시기 바란다.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국민의 희생과 뒷받침이 있었고 국가 지원도 많았다. 기업이 공동체 전체와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는 뼈있는 말을 해 기업들을 긴장시킨 바 있다. 전경련 방문 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서는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도 했다.
이런 변신의 배경에는 박 대통령이 하반기부터 ‘창조경제’나 ‘일자리 창출’ 등에서 성과를 내려면, 역시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굳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취임 6개월을 넘기면서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에 올인하겠다’, ‘세일즈 대통령이 되겠다’는 점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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