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대표 회담 관련 밝혀
사실상 5자회담 고수 뜻
오늘 러·베트남 순방 출국
사실상 5자회담 고수 뜻
오늘 러·베트남 순방 출국
박근혜 대통령이 회담 형식을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여온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양자 회담과 관련해 “제가 오히려 계속 만남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0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한 자리에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 마주쳐 이렇게 말했다고 당시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네며 “야당 대표를 만나시면 도움이 될 텐데 왜 안 만나시느냐”며 양자 회담의 수용을 요청하자, 박 대통령은 “제가 오히려 계속 만남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후 전 원내대표가 “그래도 야당 대표를 만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 번 더 제안했으나,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먼저 하자는 야당 제안에, 박 대통령이 청와대가 제안한 ‘5자 회담’(대통령-여야 대표-여야 원내대표) 외엔 응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3일 오전 “회담을 안 한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야당이 대화를 원하면 5자 회담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4일 오후 7박8일 일정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참석과 베트남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한다.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국정원 개혁 등을 둘러싼 여야와 청와대 사이의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모색됐던 대표 회담 가능성도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11일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정국의 모든 현안을 집어삼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 탓에 야당도 현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청와대와 야당의 불편한 관계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처리되고 박 대통령이 귀국한 뒤엔 청와대도 어떤 식으로든 야당과 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예산 심사나 정부여당이 제출한 각종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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