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 시각)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 2014.1.22 연합뉴스
박 대통령, 다보스포럼서
스위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이하 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해 “남북통일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하고, 한반도뿐 아니라 그 주변 국가들에도 큰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포럼 첫날 전체회의 기조연설 직후 ‘북핵문제와 남북통일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에 대한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의 질문을 받고 “한반도 통일은 두가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렇게 답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통일의 첫 의미로 “인도적인 측면에서 지금 북한 주민들이 배고픔과 인권유린 등으로 굉장히 큰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통일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통일에는 ‘경제적 측면’이 있다며 “제가 얼마 전 ‘통일은 대박’이란 표현을 썼는데, 통일은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도 대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에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일어날 것이고, 예를 들어 (중국의) 동북 3성이나 러시아 연해주 지방에도 투자가 연계돼 주변국들도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는 통일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확고한 안보억제력을 바탕으로 평화통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국외에서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들어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북한으로선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통일이 남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에도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이번 포럼의 주제이기도 한 ‘기업가 정신’과 관련해 “기업가 정신의 구현을 위해서는 기업가와 위험을 분담하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기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지속가능하며 포용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원동력은 기업가 정신밖에 없다는 ‘다보스 컨센서스’에 이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체회의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회의장 맨 앞줄에 앉아 박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해 눈길을 끌었으나, 한·일 정상 간의 조우는 없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다보스 / 청와대공동취재단,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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