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진화한 ‘개각론’ 재점화
여당까지 경제팀 비판 가세 ‘부담’
여당까지 경제팀 비판 가세 ‘부담’
박근혜 대통령이 8박9일 일정으로 인도·스위스 국빈방문을 마치고 23일 오후 귀국했지만, 순방 성과를 홍보해야 할 청와대엔 사뭇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리비아 피랍사건 해결로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다 최악의 금융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후폭풍’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특히 현오석 부총리 등이 금융정보 유출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으로 ‘집중포화’를 맞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스위스 현지에서 이 사건에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는데도 대다수 국민을 피해자로 만든 이번 사건에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비치고, 여론악화도 심각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더욱이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까지 경제팀 인책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해외 순방 직후 본격적인 경제살리기 드라이브에 나서려던 박 대통령의 국정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박 대통령으로선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연말부터 불거졌던 개각설을 가까스로 진화했는데, 이번 금융정보 유출사건으로 불과 보름 남짓 만에 다시 개각론과 맞닥뜨리게 됐다.
청와대는 일단 “사태 수습이 중요하다”며 정치권의 인책론을 일축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야 일이 터지면 책임론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런 일에 흔들리면 사태 수습은 누가 하나. (국무위원 교체 등은) 전혀 검토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개각 요인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귀국한 박 대통령이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 경제팀에 대한 여당의 뿌리깊은 불신을 이번에도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박 대통령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엔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와 지방선거를 앞둔 장관 차출설 등이 여권 내부에서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고, 청와대 대변인을 포함한 비서관급 인사 문제까지 겹쳐 청와대 내부적으론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일부 언론의) 김 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인 황당한 이야기”라고 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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