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ident Park Geun-hye speaks at a meeting of her secretariat held at the Blue House, Jan. 27. (Blue House pool photo)
박대통령 “부적절 발언 재발땐 문책”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금융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말실수로 물의를 빚은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강하게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일이 재발할 시에는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사실상 최종 경고를 했다.
앞서 현 부총리는 지난 22일 이번 금융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우리(카드 사용자들이)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는 발언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최근 공직자들이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불신을 키우는 일들이 발생하곤 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책임감과 무게가 다른 것”이라고 현 부총리를 정면으로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항상 공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 입장에서 헤아린다면 그 본질을 알 것인데,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개인의 입장만을 강변한다면 국민에게 더 상처를 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앞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길 바란다. 이런 일이 재발할 시에는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질책성 발언이 나온 뒤 청와대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그동안 말실수를 거듭해 온 현 부총리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는 분석과 ‘이 정도의 질책을 듣고 직무수행이 제대로 되겠느냐.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 등 발언의 진위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를 물러나게 할 의사가 있었다면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질책하기보다 국무총리를 통해 사직서를 요구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일단은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개각은 없다’고 못박은 지 한 달도 안돼 경제 분야의 수장을 교체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현 부총리를 경질할 경우 대대적인 개각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듯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새누리당 지도부가 현 부총리를 성토하며 교체론을 꺼내들었을 때도 국무회의 자리를 통해 “새 정부 출범이 늦어지면서 경제부총리가 제대로 일할 시간이 4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해왔다고 본다”면서 “경제부총리가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정책들을 잘 조율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될 수 있었다”며 현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 뒤 현 부총리는 7월 말 1박2일의 기업 현장 방문 때 “기업의 노력에 지장을 초래하는 어떤 불법적 행동도 용납하지 않겠다”(울산 온산산업단지), “1박2일 경제현장 방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찰 모습에 영감을 받은 것”(전남 광양) 등의 충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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