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던 천혜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불과 일주일만에 전격 경질되면서 현 정부에서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통일부가 배제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0년 통일부 대변인 시절의 천 전 비서관. 연합뉴스
“통일부 핵심요원이라 돌려보내”
청, 궁색한 변명…인사혼선 또 도마에
군 출신 일색 ‘강경’ 외교·안보라인
‘온건파’ 천 비서관과 갈등 관측
후임에 ‘대북 강경파’ 전성훈 내정
통일부관리 질책성 인사 세번째
청, 궁색한 변명…인사혼선 또 도마에
군 출신 일색 ‘강경’ 외교·안보라인
‘온건파’ 천 비서관과 갈등 관측
후임에 ‘대북 강경파’ 전성훈 내정
통일부관리 질책성 인사 세번째
* 천해성 :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내정을 발표한 천해성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을 불과 일주일 만에 전격 경질하면서, 그동안 지적돼 왔던 청와대의 인사 혼선 문제가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천 비서관의 임명은 군 출신 일색인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균형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 번복으로 이명박 정부 때처럼 현 정부도 남북관계에서 통일부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외교·안보 라인의 요직에 대한 인선을 번복하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청와대에서 (천 비서관을) 쓰려다가 통일부의 필수 핵심요원이어서 통일부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다른 분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 비서관이) ‘못 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무리해서 와달라고 요청했는데, 대타를 찾지 못하다가 적당한 분이 나타나서 다시 보내드렸다”며 “통일부 장관이 강력히 요청해서 아쉽게도 돌려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고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가 장관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인사를 냈다가 다른 사람을 구해서 인사를 철회했다는 황당한 얘기를 설명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통일부뿐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는 기존 김장수 안보실장 및 외교·안보 라인이 천 비서관을 밀어낸 결과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을 ‘제재 대상’으로 보는 외교·안보 라인과 ‘대화 상대’로 보는 통일부 출신 천 비서관이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내부에서는 지난 8일 북한의 제의로 성사된 남북 고위급 접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고, 기존 군 출신 강경파들이 통일부 출신인 천 비서관을 견제해 결국 인사가 뒤집혔다는 말이 나온다. 천 비서관의 후임으로는 대북 강경론자인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이 내정됐다. 전 원장은 박근혜 캠프와 인수위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
통일부는 청와대의 갑작스런 인사 번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한 관리는 “천 비서관의 청와대 발탁은 류길재 장관의 천거를 통해 이뤄졌을 텐데, 청와대의 해명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현 정부 들어 통일부 관리들에 대한 질책성 인사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1·2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이끌었던 서호 전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7월 3차 회담을 목전에 두고 전격 교체됐다.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서 단장이 북쪽과 회담에서 강하게 나가지 않아 청와대에서 교체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또 지난해 초에는 통일부 장관 일순위 후보로 거론되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임명된 지 엿새 만에 돌연 사퇴했다. 그는 대북 온건파로, 국가정보원의 견제를 받아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진환 최현준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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