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방통위원장 교체 배경
이경재 하차 왜?
자기정치에만 신경쓰는 행보에도
청와대가 불만 가진 듯
최성준 선택 왜?
인사청문회 쉽게 통과하려
정치적 중립성 인물 고른 듯
이경재 하차 왜?
자기정치에만 신경쓰는 행보에도
청와대가 불만 가진 듯
최성준 선택 왜?
인사청문회 쉽게 통과하려
정치적 중립성 인물 고른 듯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최성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하자, 정치권이나 관가에서는 ‘예상 못했던 깜짝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4선 의원 출신의 ‘원조 친박계’ 인사인 현 이경재 위원장이 하차하고, 대신 방송·통신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고위 법관이 발탁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임이 예상됐던 이 위원장은 전임 이계철 위원장의 잔여임기 1년만 채운 채 오는 25일 물러나게 됐다. 사람을 잘 바꾸지 않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비춰서도 이례적이다. 그동안 후임자로 거론됐던 정치인·방송인 출신 인사들이 배제됐다는 점도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위원장의 하차 배경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선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자기 정치’에 신경 쓰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을 주로 거론한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등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국회 상임위에서 방통위 소관 법안이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4선 의원 출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친박도 예외가 없다’는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방송 관련 주무기관장인 이 위원장이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방송에 출연하거나, 최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임명에 대해 “<한국방송> 윤리강령을 위배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화제가 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일부 종합편성채널(종편) 한두 곳이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종편을 소유한 보수언론들의 반발을 불러 청와대의 경질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직 고위 법관을 새 방통위원장에 발탁한 것은 법조인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 인사 성향과 함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해 가려는 다목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미 정홍원 국무총리,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황찬현 감사원장 등 법조인 출신을 요직에 기용한 바 있다. 특히 황 감사원장은 최 후보자처럼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원장에서 곧바로 행정부로 옮겨왔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능력이 검증되고, 정치적 고려 때문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이들을 선호하다 보니 법조인이 많이 발탁되는 것 같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반면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몇몇 고위 공직자 발탁으로 법원의 독립성이 실제 훼손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국민의 눈에 자주 이런 모습이 비치면 법원이 독립적이라고 믿지 않는 이들이 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최 후보자가 규제개혁 업무를 잘 해낼 수 있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 논란도 과거 위원장들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통위 업무의 대부분이 규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법률적 지식이 필요하다. 규제 개혁도 잘 하고, 여러 이해관계의 충돌도 원칙적인 입장에서 잘 처리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석진환 김미향 기자 soulfat@hani.co.kr
가고… 연임이 무산된 이경재 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외부 행사 참석 뒤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25일까지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고… 현직 판사로서 새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성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1별관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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