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아베 발언 다행” 의미
‘고노담화 계승’에 화답했지만
야스쿠니 참배·위안부 문제 등
행동 위한 구체적 조건 재강조
핵안보정상회의까지 시간 빠듯
순방 앞둔 오바마 ‘동맹’ 압박에
‘한·미·일 3자대화’ 이뤄질 수도
‘고노담화 계승’에 화답했지만
야스쿠니 참배·위안부 문제 등
행동 위한 구체적 조건 재강조
핵안보정상회의까지 시간 빠듯
순방 앞둔 오바마 ‘동맹’ 압박에
‘한·미·일 3자대화’ 이뤄질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지금이라도 계승 입장을 발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나온 뒤 박 대통령이 바로 다음날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장기 경색 국면에 있는 한-일 관계가 개선의 계기를 맞을 것인지 주목된다.
정부와 청와대는 일단 아베 총리의 태도 변화와 박 대통령의 반응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발언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긴 했지만, 지금껏 한-일 관계 회복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올바른 역사 인식’을 거듭 촉구한 점도 주목해 달라고 한다. 실제 박 대통령은 “다행”이라고 평가하는 동시에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덜어드리고 한-일 관계와 동북아 관계가 공고히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일본 정부의 후속 조처를 촉구했다. 최소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아베 내각의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일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아베 총리의 발언에 청와대가 반응한 것은, 의미를 부여하고 (한-일 관계를) 긍정적인 쪽으로 가져가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까지는 말뿐이어서 추후 행동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일본이 이런 우리의 태도를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의 인정과 배상 등을 통해 최소한 우리 정부의 변화를 위한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일부에선 이번 아베 총리의 태도 변화를 계기로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역시 정부와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말 한번으로 신뢰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후퇴했던 사안이 제자리로 온 것일 뿐,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의 퇴행이 달라진 게 없다. 좀더 지켜보자”고 했다.
실무적으로도, 핵안보정상회의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의제 조율 등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 위안부나 독도, 역사교과서 등 영토·과거사를 둘러싼 두 정부의 입장 차이가 전혀 조율돼 있지 않다는 점도 정상회담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회담을 위한 회담 뒤 또 독도와 위안부 문제가 불거지면 무슨 도움이 되나”, “(일본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회담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새해 기자회견에서도 “두 나라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 3자 대화 형식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다음달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방일 일정을 앞두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3각 동맹’ 강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심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회담을 강하게 요구해오면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북한 문제나 동북아 정세 등이 논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석진환 김규원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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