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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민-관 대치상황 조정’ 이미지 연출…박근혜식 ‘극장정치’

등록 2014-03-20 20:00수정 2014-03-21 08:55

박근혜 대통령, 각 부처 장관, 기업인, 시민 등 160여명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 참석해 규제개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각 부처 장관, 기업인, 시민 등 160여명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 참석해 규제개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규제개혁 회의]

17일 열기로 한 회의 돌연 연기
민간인 참여 늘려 ‘불통’ 희석
TV 생중계로 홍보효과 극대화

부처 장관이 답변하는 와중에
“잠깐만요” 직접 까다로운 질문
문제해결 지시하는 모습 보여줘
전례없는 장시간 생중계, 왜?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무려 7시간 동안이나 진행됐고, 회의 전 과정이 텔레비전을 통해 국민들에게 생중계됐다. 회의 순서와 발언 내용 등의 시나리오가 미리 조율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중간중간 끼어들어 질문을 하거나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장면들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주재하는 장시간 회의가 전례 없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박근혜식 극장정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취임 첫해 기자회견 등 직접 국민과 대면하는 일이 적어 ‘불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 대통령이 ‘회의 생중계’라는 방식으로 ‘불통’ 비판에 응수한 것이다. 재미없는 주제인데도 높은 주목도와 지지율을 한껏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들과의 대화’,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방문’이나 ‘라디오 연설’ 등 전직 대통령들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소통 방식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그동안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박 대통령이 소통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이기도 하다. 올해 초 첫 기자회견과 이후 취임 1년 담화문 발표에 이어 이번엔 전례가 없는 ‘생중계’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애초 17일로 예정된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전날 돌연 연기하고 대신 민간의 참여 규모를 대폭 늘려 직접 발언하게 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런 정교한 홍보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여러 회의나 현장 방문을 통해 일선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챙겨왔다. 이번엔 지금껏 그래 왔던 모습을 직접 국민들에게 드러내 규제개혁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회의에서 민간과 관료가 서로 맞서는 상황을 보여주고,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한 문제 해결을 지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민들이 공무원들에게 느끼는 답답함 해소하는 이른바 ‘해결사’ 이미지를 부각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를 위해 현업에 종사하는 기업인은 물론 자영업자와 언론인, 민간전문가, 외교 사절 등 60여명을 두루 초청해 직군별 균형도 맞췄다.

박 대통령은 회의 자리에서 공무원과 장관들에 대한 ‘군기 잡기’를 시도하며, 공직사회에 대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모습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민간의 질문과 건의에 대한 관련 부처 장관의 답변 와중에 “잠깐만요”라며, 직접 까다로운 질문과 지적을 내놓았다. “실시간으로 (규제가)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고쳐지는지 기업 하는 분들이 알아야 하지 않겠나”,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추진이 완료 안 됐으면 큰 문제이다. 관계부처도 책임을 같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증 관련 콜센터 ‘1381’을 개통했다”고 보고하자, “그런데 1381을 많이 아시나. 모르면 없는 정책과 같다”고 맞받아 회의장에 긴장감이 흘렀다.

주목도를 높이려는 박 대통령의 ‘극장정치’는 단순히 텔레비전 생중계뿐 아니라, 독특한 언어 사용을 통해 구현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연초부터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 “툭툭 규제를 던져놓는데 개구리는 거기 맞아서 죽을 수도 있다”며 규제개혁을 강조해왔는데, 최근엔 규제에 대해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라는 자극적인 언어를 쓰며 여론 환기 효과를 거둔 바 있다.

규제 개혁 분야뿐 아니라 박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처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며 여론의 시선을 잡아끄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통일준비위원회를 각 부처 장관급들을 대부분 참석시키는 매머드급으로 구성한 뒤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역투자진흥회의, 관광진흥확대회의 등 주요 회의도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하드웨어’를 강화하는 만큼 ‘소프트웨어’를 챙기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하면서도, 대북 비료 지원 등에는 정부가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등 내용이 형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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