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반도 통일’ 구상 연설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핵 외교’를 펼친 박근혜 대통령이 26일(이하 현지시각)부터 독일에서 ‘통일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은 2박3일의 독일 국빈 방문 일정 대부분을 성공적인 통일과 경제발전을 이뤄낸 독일의 경험을 공유하고 국내외에 통일 의지를 드러내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양국의 첫 여성 정치지도자로서 비슷한 이력을 가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의 교류·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과거 독일 통일 과정 및 이후 경험에 대한 정상 간 대화도 이어졌다. 서독 함부르크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분단 시기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동독으로 이주해 동독의 정당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했으며, 독일 통일 뒤 야당 당수에서 총리에 오르기까지 독일 통일의 정치적 과정과 이후 사회 통합 과정을 직접 겪고 지켜본 인물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독일이 강점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과 직업교육, 기초·첨단과학 분야 등 산학연 3각 협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이를 위해 산업기술 개발사업 협력 양해각서(MOU)와 산학연 첨단기술 협력 강화 양해각서 및 직업교육훈련 양해각서 등 13건의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은 통일과 통합을 이루어낸 독일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통일분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우리의 통일에 대비해 나가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를린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과 이후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의 회담 및 오찬 행사에 참석했다. 공식 환영식에는 베를린에 거주 중인 교민 200여명이 펼침막을 들고 나와 박 대통령을 직접 맞았다. 박 대통령은 오후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안내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을 시찰하고, 베를린 시청 청사를 방문한 뒤 전쟁희생자 추모비에 헌화했다.
브란덴부르크문은 독일 분단 시기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으며,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래 영구 개방된 곳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이 문을 찾아 “세계 핵탄두의 3분의 1을 감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는 등 세계 정치지도자들에게도 상징적인 장소로 활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베를린/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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