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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남재준 지키기’ 박 대통령, 60%대 지지율 믿었나

등록 2014-04-15 20:49수정 2014-04-16 08:32

국정원 개혁 관련 박 대통령 발언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수사 발표~사과까지 준비된 듯 착착
여론 무마·남 책임론 조기 진화 포석

2007년 대선부터 인연…신뢰 돈독
진보당 사건 등 ‘종북세력’ 교감 커
간첩사건은 지방선거 영향 적다 판단
“남 면죄부로 국정원 무소불위 권력”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무회의에서 “(간첩혐의 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이 전날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의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사과까지 발빠르게 내놓은 것은 여론을 달래는 동시에 ‘남재준 국정원장 책임론’도 조기에 진화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남재준 구하기’에 나선 정황은 수사 결과 발표부터 사과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검찰은 그간 불리한 수사 결과는 통상 금요일에 발표했는데, 이번 사안은 월요일에 발표했고 그날 밤 서천호 2차장이 사표를 냈다. 박 대통령은 다음날 예정된 국무회의 공개발언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남재준 원장의 ‘면죄부’를 공식화했고, 정확히 같은 시각 남 원장 역시 국정원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달 9일 국정원이 이번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고, 다음날 오전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바로잡을 것”이라며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은 순서와 일치한다. 남 원장을 안고 가려는 박 대통령의 뜻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을 변함없이 신뢰하고 있는 데는 이른바 ‘종북세력’과 ‘안보’에 대한 두 사람의 끈끈한 교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그 교감 아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외에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청구 등이 이뤄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죽겠다”는 남 원장의 신념이 곧 박 대통령의 신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큰 잘못이 있긴 했지만 국정원 업무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내부 논리가 있다. 당장 남 원장을 교체하면 그사이 안보 공백이나 국정원 혼란 등의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청와대-국정원’, ‘박 대통령-남 원장’의 인식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여기에 남 원장과 박 대통령의 오래된 신뢰관계도 제대로 된 문책이 이뤄지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남 원장은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의 국방안보분야 특보로 조언을 했고, 경선 탈락 이후에도 이명박 후보 쪽의 제안을 뿌리치고 계속 박 대통령을 도우며 군 인맥을 관리해왔다고 한다.

남 원장을 보호하는 데 따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0% 중반대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박 대통령이 자신감을 갖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간첩 사건은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새누리당이 ‘선거에 불리하다’며 적극적으로 남 원장의 해임을 요구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남 원장을 감싸는 부담보다) 교체해서 인선하고 이후 인사청문회를 해서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박 대통령의 선택이 신념이나 정치적 득실을 떠나 헌정질서를 교란하는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수사 결과로 국정원은 신성영역, 치외법권이 됐다. 유신 때 중정과 다를 바 없는 무소불위 권력이 된 것이다. (남 원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 사법부의 권위를 침범한 것이고,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등 헌정체계가 위험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진환 하어영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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