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합장하는 동안, 대웅전 안 불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박 대통령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봉축 법요식서 “유가족에 죄송”
심각한 비판여론 눅일지 주목
심각한 비판여론 눅일지 주목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간격으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거듭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한 ‘착석 사과’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자, 적극적인 ‘사과 모드’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는 소회를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봉축 법요식에 참석해 공식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법요식이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까지 겸하고 있어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까지도 ‘대안을 갖고 사과하는 게 도리’라고 밝힌 바 있어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청와대의 책임 회피로 자신에 대한 비판 수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이런 ‘모드 전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크게 떨어진 지지율도 청와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다만 참사 발생 20일 만에 달라진 박 대통령의 태도가 이미 나빠진 민심을 얼마나 다독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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