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전 인천지검장
김수민 전 인천지검장 발탁
안기부 관련 사건 많이 맡아
“국정원 변화” 대통령 발언과 배치
안기부 관련 사건 많이 맡아
“국정원 변화” 대통령 발언과 배치
국가정보원 2차장에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와 수사를 자주 했던 공안검사 출신의 김수민(61) 전 인천지검장이 내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간첩 혐의 증거조작 사건 이후 거듭 밝혔던 ‘국정원 환골탈태’ 약속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박 대통령이 국정원 2차장에 김 전 지검장을 내정했다. 형사와 공안, 외사 등 형사사법 분야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 수집과 분석, 대북·대테러·방첩 등 대공수사 업무를 지휘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간첩 혐의 증거조작 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찰 출신인 서천호 전 2차장을 경질하면서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후임 2차장을 내정하면서 이번에도 ‘개혁’보다 ‘업무 연속성’에 초점을 맞췄다. 김 내정자는 옛 안기부와 협조 또는 공조해 대공수사를 많이 했던 공안검사 출신이다. 국정원의 낡은 수사 관행에 익숙한 인물이지, 이런 관행을 개혁할 인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는 1992년 서울지검 공안1부 근무 시절에는 안기부가 수사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맡아 기소했다. 같은해 안기부가 총선을 앞두고 야당 소속으로 출마한 홍사덕 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리다 적발된 ‘안기부 흑색선전물 살포 사건’도 처리했다. 이 사건 당시 검찰은 선전물 살포에 관여했던 안기부 직원들의 직속 상관 1명만을 조사하는 데 그쳤고, 단 한 차례의 공판으로 안기부 직원들에 대한 구형을 시도해 ‘정권 눈치를 본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김 내정자는 1991년 역시 안기부가 1차 수사를 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을 맡았고, 1993년에는 <한겨레>의 방북 취재 계획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안기부가 구속한 고 리영희 교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하기도 했다.
이번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이후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야당은 ‘국정원 개혁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이라며 반발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간첩 증거 조작사건으로 사건을 담당한 공안검사들이 징계를 받는 마당에 또다시 공안검사 출신을 중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법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한 이번 간첩 조작 사건의 중대함을 (박 대통령이) 인식하지 못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이 개혁 대상인 국정원에 오히려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황교안(57) 법무부 장관의 고교·대학 4년 선배이고 검찰 기수로도 1년 선배다. 검찰이 대북·방첩 사건 수사 때 사실상 검찰을 배제하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온 국정원을 통제하기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검찰 내부를 잘 아는 2차장이 검찰의 통제에 제동을 걸거나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석진환 이경미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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