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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청와대, 일단 버틴 뒤…길환영 사장 선에서 마무리?

등록 2014-05-18 19:42

길환영 한국방송 사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 등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길환영 한국방송 사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 등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KBS 보도간섭 증언 쏟아지는데
“공식적 언급 않기로 결정” 밝혀
길 사장 선에서 사태 마무리 의도

청와대 관계자 “길 사장 과잉대응
사태 악화시켰다” 불만스런 반응도
<한국방송>(KBS) 전직 보도국장이 ‘청와대의 보도 간섭’에 대해 믿기지 않을 수준의 생생한 증언을 쏟아냈는데도, 당사자로 지목된 청와대는 며칠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한국방송에 대한 청와대 개입 여부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누가 그런 결정을 했는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답변으로 피해나갔다.

청와대의 언급을 통해 구태여 논란을 일으키기보단 침묵으로 버티면서 시간을 끄는 게 현 국면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길환영 사장을 통해 한국방송의 보도를 통제하거나 간섭했다면, 당사자는 이정현 홍보수석이나 백기승 전 국정홍보비서관(현재 공석) 등이 나섰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 역시 “불필요한 억측만 확대재생산된다”며 반박마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청와대는 19일로 예정된 길환영 사장의 해명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시곤 전 국장이 ‘길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밝히지 않았느냐. 결국 길 사장이 밝히고 해명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틀을 청와대의 공영방송 개입이 아닌 한국방송 내부 사정으로 국한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청와대는 나서지 않고 길 사장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짓고 가겠다는 뜻인데, 청와대가 길 사장이라는 대리인 뒤로 숨는 모양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길 사장이 ‘과잉 대응’을 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불만스런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와 한국방송 사이의 일을 잘 알 만한 위치에 있는 한 내부 인사는 “청와대가 한국방송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최근 불거진 논란은 그동안 이심전심으로 서로 해왔던 일들에 대해 지나친 의도를 갖고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한국방송 보도 통제를 해온 게 아니라, 길 사장이 청와대 쪽 의견을 ‘오버’해 해석하고 과잉 행동했다는 뉘앙스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도 (청와대와 한국방송은) 그 정도 관계를 유지했고, 특별히 현 정부 들어 심해진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해경의 (사고 수습) 대응에 대해선 청와대도 실망하고 분노하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청와대가)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느냐.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이라며 김 전 국장의 폭로 내용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길 사장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한국방송 사태는, 대선 때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방송 공영성 강화’ 약속을 뒤로 물린 채 방송장악 유혹을 버리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는 한국방송 등 공영방송은 ‘정권의 전리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심도있게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하겠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집권 1년이 넘도록 이와 관련한 어떤 후속 대책도 내놓은 게 없다. 오히려 최근엔 방송 관련 주요 보직에 보수적인 측근 인사를 내정하는 등 오히려 ‘방송 장악’을 노골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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