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주말 내내 고심
안대희 전 대법관을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26일 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전원 출근한 가운데 주말 내내 내각과 청와대 인선 개편안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국정원장 후보자와 국가안보실장은 향후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갈 핵심 인사일 뿐 아니라, 안대희 후보 인선과 함께 6·4 지방선거의 표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청와대의 고민이 깊다.
청와대 안팎에선 국정원장과 안보실장 두 자리가 전임자들처럼 모두 육사를 졸업한 군 출신으로 채워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군 출신 ‘대북 강경파’들이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해 남북관계가 더 경색됐다는 비판이 많았던 탓에, 외교분야 전문가를 발탁해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후임 국정원장 하마평에 이병기 주일 대사, 권영세 주중 대사 등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 대사와 권 대사 모두 대선 캠프 출신 측근들이어서 ‘인적 쇄신’의 느낌을 못 주는데다, 검사 출신인 권 대사의 경우 대선 때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전혀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김숙 전 유엔 대사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가안보실장의 경우 ‘박 대통령이 결국은 군 출신 인사를 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나 북한 핵실험 위협, 서해안 긴장 고조 등의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게 되는데, 안보실장을 보좌하는 김규현 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이 외교부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군 출신 중에는 김관진 현 국방부 장관과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후임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군 출신이 배제될 경우 현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탁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안 후보자 지명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비교적 우호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김기춘 비서실장 유임’에 대한 야권의 비판, 안 후보자의 고액 수임료 의혹, 청와대의 <한국방송>(KBS) 개입 논란,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 등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장 후보자와 안보실장 인선이 자칫 ‘재탕 불통 인사’나 ‘측근 돌려막기’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 세월호 참사 이후 정국 수습 노력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청와대의 한 내부 인사는 “앞으로 인선이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청와대로선 인물 한 명을 선택할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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