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동안 총리후보 세번째 낙마
“대통령 폐쇄적 인사 바뀌어야”
여당서도 외부인사위 도입 주문
“대통령 폐쇄적 인사 바뀌어야”
여당서도 외부인사위 도입 주문
정부 출범 1년6개월 만에 3명의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하면서, 인사 검증뿐 아니라 인재풀을 관리하고 추천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의 인사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당장 국정운영의 핵심축인 여당의 당권 주자들부터 ‘외부 인사위원회’ 도입 등 인사시스템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현 정부의 인선 과정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부분은 바로 ‘폐쇄성’이다. 고위 공직자 후보를 누가 추천했는지, 어떤 논의를 통해 최종 후보자가 결정됐는지 등의 내용을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박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하는 ‘나홀로 인사’, ‘수첩 인사’ 등의 용어도 모두 여기서 비롯됐다. 역대 정부에서 도입했던 ‘중앙인사위원회’나 ‘인사수석실’, ‘인사기획관’ 등 최소한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제도도 없다. 이렇다 보니, 청와대 비서실장과 몇몇 수석비서관들이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낙점’을 집행하는 기구로 전락했다. 검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인사제도 정비에 앞서 결국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4번째, 5번째 총리 후보자 낙마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시스템도 결국 대통령의 인사 철학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박 대통령의 변화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이후 “인사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길을 찾고, 지금 있는 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인사검증을) 하는 체제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향후 인사에서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는 이른바 ‘공감능력 회복’ 및 ‘인재풀의 확대’ 등이 꼽힌다. 박 대통령은 안대희 후보자의 낙마 뒤 여당 내에서 화합형 정치인 기용 건의를 뿌리치고 ‘극보수’ 인사를 선택했다. 야당 등 비판세력에 대한 포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선이었고, 국민 정서가 어떻게 반응할지 여부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셈이다. 이는 문 후보자의 사례뿐 아니라, 이전 안대희 후보자나 지난해 낙마한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고액의 수임료에 대해 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이중국적자가 장관이 되는 것에 대한 정서를 읽지 못한 것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각각 무기중개업체 고문 및 다국적기업 변호 및 탈세 의혹 등으로 낙마한 사례도 이번에 논란을 빚고 있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와 닮았다. 교육을 책임져야 할 이가 논문 표절 등 업무와 관련된 부적절한 경력이 있으면 민심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여권에서는 이런 공감 능력 회복이 결국 아는 사람, 써본 사람, 같은 진영의 사람만으로 제한된 인재풀을 크게 확대하고, 대통령 주변에 이런 제안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참모들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여당 내에서 김기춘 실장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김 실장이 전횡을 휘둘러서 그런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집행하는 참모가 결국 대통령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당대회를 앞둔 새누리당 당원들의 여론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당대표로 뽑겠다’는 것임을 박 대통령이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64주년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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