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대강당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서울대 강연에서 “대일 전쟁이 가장 치열했을 때 양국 인민은 생사를 다 바쳐 서로 도와줬다”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도발에 대한 ‘한-중 공조’를 촉구했다.
시 주석은 오전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학생 500여명과 교수,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20세기 상반기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중·한에 대한 야만적 침략 전쟁을 강행, 한반도를 병탄하고 중국 국토의 절반을 강점해 양국이 모두 큰 고난을 겪었다. (상하이) 임시정부 유적지나 상하이 윤봉길 의사 기념관, 시안의 광복군 기념비는 잊지 못할 (이런) 역사를 증명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대일 공조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던 시 주석이 방한 이틀째 외부 강연을 통해 작심하고 대일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한국 정부가 ‘한-미-일 3각 공조’를 의식해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부담스러워하자, 시 주석이 한국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대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이날 강연에 앞서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역사) 공동 기념’ 이야기를 언급했다. 시 주석은 정 의장이 제안한 ‘한·중·일 역사연구공동위원회’를 언급하며 “중·한 양국은 일본과 관련된 역사문제에 대해 비슷한 역사적인 경험과 공동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에는 ‘과거를 잊지 않으면 뒷일에 교훈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중-한이 이런 정신에 입각해 같이 (역사를) 기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지난해 8월 중국 전인대와 한국 국회가 공동성명을 발표해, 일본 쪽에 진지한 태도로 침략 및 식민지배 역사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는데, 이것은 주변국과 함께 미래지향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데 매우 좋은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이날 서울대 강연에서 자신이 구상하는 중국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 “중국의 발전에 대해 일각에서는 위협론을 제기하고, 중국을 무서운 악마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은 평화를 일관되게 수호하고, 다른 나라의 희생을 대가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며, 겸허하게 배우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복잡한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지만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한반도에 핵무기가 등장하는 것에 반대하며, 한반도가 자주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강연 말미에 이태백의 시구 ‘장풍파랑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거센 바람이 물결 가르는 그때가 오면 구름 돛 달고 푸른 바다 헤치리라)를 인용하며 “우호협력의 돛을 함께 달고 상호 윈윈의 방향으로 항해한다면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고 양국이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