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질에 부정적
검경 문책 형평성·야당 압박 부담
검경 문책 형평성·야당 압박 부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부실 수사와 관련해 이성한 경찰청장이 지난 5일 전격 사퇴하면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거취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청장의 사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것인 만큼, 유 전 회장 수사의 또다른 한 축인 법무부와 검찰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황교안 장관이나 김진태 총장의 경질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이성한 청장 사퇴 다음날 강신명 새 청장 후보자가 곧바로 지명된 걸로 볼 때, 청와대는 경찰청장 사퇴로 매듭지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진태 총장이 중도에 사퇴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세월호 사건 이후 절실해진 ‘사정 드라이브’를 맡을 핵심 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정치권이 경찰에만 책임을 지운 ‘검경 문책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김 총장보다 황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 책임을 지고 추가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2기 내각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려는 청와대로선 인선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는 상황 자체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형평성 문제를 덮고 모르쇠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검찰 조직의 특성상 장관이 부실 수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되면, 검찰 수장도 조직을 끌어갈 명분이나 추진력을 잃으면서 동반 퇴진론이 등장할 가능성이 큰 것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실제 경찰이 유 전 회장의 주검 발견 직후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아 이후 수사에 혼선을 일으킨 책임이 있다면, 검찰은 세월호 사건 직후 유 전 회장의 신병 확보를 소홀히 해 장기 도피의 원인을 제공했다. 사건 초기 검찰이 직접 경기도 안성 금수원 수색 등을 지휘하다 허탕을 친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 내부에선 “경찰이 할 일까지 검찰이 도맡아 나서면서 일이 더 꼬였다”며 비판이 적지 않았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은 왜 물러나지 않는가?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했는데 검찰과 법무부는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하며 “경찰이 책임졌다면 검찰은 몇 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 황교안 장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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