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대통령 주재 통일준비위 첫 회의
야당 우윤근, 이산상봉 등 제안하자
통일장관 “그런 자리 아니다” 제동
추상적 논의·정부 일방통행 우려
야당 우윤근, 이산상봉 등 제안하자
통일장관 “그런 자리 아니다” 제동
추상적 논의·정부 일방통행 우려
민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통일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80여명의 민간·정부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관심을 모았던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나 추석 이산가족 상봉 등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아, 향후 통준위 활동이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논의에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통일부 장관이 야당 지도부 제안을 무시해 야당의 반발을 사는 등 앞으로의 위원회 활동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구상과 정신을 어떻게 실천할지 통일준비위에서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달라. 내륙철도와 남북철도 연결과 같은 대규모 사회기반시설과 함께 주거환경 개선, 마을도로 확충 등 민생 인프라 구축을 위해 남북한이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정부는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협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껏 유지했던 정부의 태도와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남북 사이의 예민한 현안 논의는 야당 쪽에서 제기했다. 민간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회의에서 △5·24 조치 철회로 남북 경제협력 정상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고위급 회담 재개 등을 제안했다. 5·24 조치는 천안함 사태 이후 이명박 정부가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하면서 내놓은 대북 강경책이다. 하지만 우 정책위의장 발언이 끝나자마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나서 “통일준비위 자리는 5·24 조치 등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통일 준비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 큰 준비, 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제안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한 인사는 “정부에서 정해준 얘기만 해야 하느냐. 5·24 조치 등 필요한 얘기와 생각들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냐”고 항의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회의 뒤 논평을 내어 “새정치연합의 제안을 걷어찬 통일부 장관의 태도는 오만하고,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의지와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통일부 장관은 통일준비위를 정부가 제안한 의제에 장단과 구색이나 맞추는 기구로 생각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 정책위의장도 “모두(발언)에서 통일 문제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으니 야당 등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게 통준위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는데도 통일부 장관이 ‘오버’를 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종욱 민간 쪽 부위원장은 ‘통일준비위 운영 기본방향’으로 △통일헌장 제정 검토 △통일시대 견인할 신경제성장 방안 △생활 속 통일준비 실천과제 발굴 △민관 협력으로 실천 가능한 작은 통일정책 대안 발굴 △탈북자 등 사회적 약자 배려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석진환 최현준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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